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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Dec 01. 2024

모아나 2

신이시여, 용기를 주시옵소서.

모아나 2를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긴급히 예매를 했다.

중학생은 일요일에도 학원을 가니 선택은 조조 시간뿐.

아침 일찍 극장에 간 건 오랜만인데 생각해 보니 탁월한 결정이었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을 사서 극장에 도착했다. 

한강 라면인 유행인 요즘 어김없이 이곳의 극장에도 무인 라면 가게가 성업 중이다. 

팝콘이나 핫도그로 아침 식사를 줄 순 없으니 고구마와 귤을 챙겼는데 아이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지 먹지를 않는다. 구황작물이 몸에 좋은데 이 녀석들 김밥이라도 먹어서 다행인 건가. 

아이들만 들여보내고 극장 앞 스타벅스에 남편과 있으려던 계획은 물 건너갔고, 그냥 같이 보기로 했다. 

가족이 함께 봐야 한다고 하는 중학생 아들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나 싶어서. 껄껄.

결국 남편은 취향에 맞지 않아 리클라이너 의자를 침대 삼아 꿀잠을 주무시고

팝콘을 우적우적 씹으며 모자 지간에 열심히 영화를 봤다. 

이런, 모아나 1도 기억이 안 나는데, 마우이랑 노래 부르는 것만 기억나고.

하쿠나 마타타랑 왜 이렇게 짬뽕이 되어 노래가 생각나는지. 

실사 영화를 한창 찍고 있다는 게 그 영화가 참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극장이란 넘나 설레고 좋은 곳.

영화를 볼 때는 볼펜을 꼭 챙기기로 해놓고 아뿔싸. 

책과 함께 챙겨 온 연두색 색연필만 있다. 

명대사가 나오면 꼭 필기하는 습관이 있는데 왜 늘 필기도구는 안 챙기는 건지. 


오랜만에 디즈니 다운 영화가 나왔다는 소문에 기대도 된 건 사실이다. 

'꿈과 희망을 주는 디즈니'라는 콘셉트는 영원하니까.

모아나 두 번째 이야기는 뛰어난 항해사로 성장한 모아나가 조상들의 과업을 이어받아 믿음직한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는 성장스토리. 3편을 위한 빌드업이기는 하나 꽤 시사할만한 점이 많은 부분이 있었다. 











명대사 1 : 어떤 일엔 완벽한 준비가 없기도 해.


제대로 준비하고 완벽해지면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일만 끝나면, 이 고비만 넘기면, 좀 더 준비해서, 학위를 딴 후에, 졸업하고 나서.

물론 타당한 근거가 있기도 하지만 어떤 일엔 그냥 해봐 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직접 부딪혀 보는 거, 완벽하길 기다렸다간 죽을 때가 되어서야 후회하며 되돌아볼지도. 

거지같이 시작하라, 내 인생의 모토 중 하나이다.

당장 1분 후에 죽을 수도, 한 시간 후에 외계인들의 침공을 받을지도 모르는 게 우리의 삶이다. 

21세기 뜻하지 않은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신 못할 수도 있다. 

일단 시작할 것. 거지 같을지라도.






명대사 2 : 조상들의 역사를 배우기만 했는데, 네 덕에 새로 쓰게 됐어.


모아나의 친구 모니는 그림으로 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멋진 머릿결을 가진 친구다. 

위험한 길에 함께 하게 했다며 미안해하는 모아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수호하고 배우며 지키는 일은 모두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지금 우리도 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 

나의 오늘이 역사가 되어 기록되고 후손들이 보게 될 것이다. 

개인의 삶이 하나하나 기록될 수 없겠지만 큰 역사의 틀에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는 동안 그 역사의 물결 속에 한 자락으로 남게 될 거니 하루하루가 귀중하다. 

모니처럼 두려울 수 있는 일에도 센스 있게 말하는 친구가 될지 아닐지, 기꺼이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선택을 할지 말지도 다 내 생각에 달려있다. 






명대사 3 : 여전히 함께란다, 조금 다를 뿐이야.


모아나에게 힘이 필요할 때 늘 바다와 함께 나타나주는 할머니. 

그녀의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멋진 게 되고 싶었다.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다.

멘토라는 단어는 잘 몰랐지만 정말 단 한 명만 날 믿어주고 이끌어주면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때도 지금처럼 칭찬이 참 많이 필요했나 보다. 

지금은 내가 나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생각뿐 여전히 기댈 곳과 믿음직한 누군가를 찾는다. 한 가지 명확한 건 세상은 하나의 길이 막히면 반드시 다른 길을 열어놓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는 많은 복 중에 최고는 '인복'이다. 나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사람,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행운이다. 모아나 할머니의 말씀대로 조금 모습만 다를 뿐 여전히 함께다. 고로 아직은 내가 잘 살아야 할 때.





명대사 4 : 우린 길을 잃고, 속박을 끊고, 방향을 잃어야 해. 진정한 길잡이는 길 따위는 몰라. 목적지로 가는 길은 꼭 하나만은 아니야. 공식도 지도도 없다니까.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내가 이따위에 질 것 같아. 나 더한일도 겪었어. 다 덤벼라.'

이거나 '아, 힘든 기분 아니까 느끼기 싫다'라고 생각하는 것. 

흔한 말이지만 실패를 두려워말고 그냥 막 해보면 시간이 흐른 후에 얼마나 내가 열심히 견뎌왔는지 알게 되거나 정말 힘들었던 시기인데 무사히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원하는 게 있다면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게 맞다. 앞뒤 재고 고민하지 말고,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말했지만 완벽한 준비란 없으니까. 최소한의 것만 준비했다면 실행이 더 중요하다. 

더 빠른 길은 없을 수 없지만 바른 길은 있다.

내 느낌을 믿고 해 보는 것. 박쥐 여인의 노래를 듣고 내가 느낀 건 이거다. 










모아나 2 공식포토


모아나는 어찌 보면 영웅 서사를 그대로 따른다. 

부족의 대표, 조상님의 부르심,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믿어주는 친구들.

그 친구들 중에 데미갓(DEMIGOD)도 있으니 말 다했지 뭐.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용맹함도 갖추었으니 천하무적이다. 

항해를 떠나기 전 두려움에 고민도 하지만 그건 메인 디쉬를 먹기 전 애피타이저일 뿐.


우리는 반인반신도 선택받은 자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나의 오늘을 선택하는 것. 

모아나에게 어떤 어려움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만큼은 배우고 싶다. 

과연 자신의 꿈과 사명을 위해 우린 얼마나 달려갈 수 있을까. 

한편으로 조상의 부르심을 받은 그녀가 부담스럽진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지만 말이다. 

하긴 디즈니 왕국에서 주인공이 실패하는 일이란 없다는 디폴트 값이 있으니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을지도. 


한잠 잘 자고 일어난 남편이 노래만 나와서 인도 영화 같다고 말한다. 

이봐요, 그 노래에 인생이 다 있어. 

영화가 재밌다며 만족스러워하는 첫째와, 노래가 많았고 액션이 약했다는(모아나에게 어떤 액션을 기대한 거지?) 둘째와 기분 좋게 나오는 길. 아이들은 재미 말고 또 뭘 느꼈을지 궁금하다. 

꿈과 희망을 주는 디즈니 세상. 

영원히 계속되길. 


사진: Unsplash의PAN XIAOZ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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