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부터 시작한 학점은행제 과정이 끝을 보이고 있다.
다음 주에 실습 일지 원본과 제본을 제출하고, 자격증 신청을 하면 된다.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가볍게 시작한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일주일에 한 번일지라도 일정 장소로 가는 것이 왜 이리 힘들었을까.
평생 학생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생기고, 어지간하면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사람인데
찝찝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동시에 친정엄마의 학점은행제를 챙기는 생활, 원래대로 하던 일을 해야 하는 상황, 가정에서의 역할.
나 혼자 짊어지고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간 관리와 감정 관리까지 해야 했던 일 년이었다.
그 와중에 정부지원사업 도전에 출간 준비까지 했으니 많은 일을 하긴 했다.
마치 유전자인 양 배겨있는 배움에 대한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이 자격증을 따면 금방 뭐라도 되는 양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마음.
늘 배워야 하는 것 투성이인 세상이니 새로울 것도 없는데.
나 힘들었어요라고 그저 투정을 부리는 기분이다.
평생교육사, 이름을 들으니 멋들어진다.
계속 뭔가 할 수 있는 일 같다.
실제로 같은 과정을 수강한 동기분들은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사회복지사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고, 피부관리실 원장님들이나 김치 명인도 있었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학교, 공공기관 등등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가점이 되는 자격증이다.
이제 문제는 기존에 강의 나가던 학교 외에 공공기관이나 도서관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 자격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니 결과물도 응당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연관시켜 여러 가지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일과 연관을 시킨다면 시니어들을 위한 영어회화나 팝송 수업이 될 수도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영자신문 수업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사실 가장 하고 싶은 수업은 고전 문학과 연관된 역사나 문화 수업이다. 글쓰기 수업이어도 참 좋겠다.
북클럽도 해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 자신이 꽂혀 있는 것을 열망하게 마련이니까.
평생교육사라는 것이 현 트렌드와 지역의 특성의 잘 묘 합하여 강의를 만들어내는 일 아니던가.
한편으론 어떤 분야에 나의 장점이 있는지 아리송하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가놓고 있는 기분이라 더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지역 도서관에 강사 모집에 대한 전화 문의를 했다.
구립인지 시립인지에 따라 또 그 기간이 다르다고 한다.
그전에 강의계획표를 여러 장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다.
될 때까지 두드리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내 삶이 그랬던 것처럼, 오로지 될 거라는 긍정심으로 끝까지 하는 것.
내년부터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르니 다 한다는 마음보다는 할 수 있는 걸 실현될 때까지 라는 마음으로 해보려고 한다. 더 현실적으로는 배웠으니 써먹자 하는 마음이다.
엄마의 직업일지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