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댁에 자주 안 오니까 어떠니, 더 편하지 않니?"
평소 뒤끝 없는 성격답게 훅 들어오시는 어머니의 말, 오늘의 아들의 생일이었다.
가정을 이루고 난 후 지금까지 지켜지는 문화는 바로 생일을 다 함께 모여 축하하는 것이다.
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자르고,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주는 일. 여전히 세월이 흘러도 가족의 문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같이 매운탕을 끓이고 테이블을 세팅하면서 어머니는 이런 질문을 하셨다.
과거의 나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아마 "에이, 아니에요." 하고 웃어넘기거나 속으로 뜨끔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말을 오해하거나 역시 시어머니구나 하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솔직한 마음을 이렇게 그냥 말씀드렸다. 어머니도 그럴 거 같다면서 호응을 해주셨다.
예전의 나라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얼버무리거나 했을지도.
지금은 그저 꾸밈없이 내 생각을 말씀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나의 마음이기도 했고.
말하고 나서 마음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벌써 17년 차, 어머니의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오해하지도 않는다.
점점 내 공간이 편하기도 하지만 정말 자잘하게 할 일들도 많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뭔가 확실한 나만의 일도 정하고 싶고, 주말에 학원으로 나서는 아이 밥이라도 잘 챙겨주고 싶고. 워킹맘으로서 피곤하기도 하고.
몇 년 전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면서 시작된 '나'를 중심으로, '나'를 부여잡고 살고 싶은 마음과 노력이 많이 무르익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은 생일이면 늘 모이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도 많이 뛰어넘은 듯싶다.
사실 아이들을 생각하면 화목한 가족이라는 생각도 있고, 변함없이 든든하게 있어주시는 양가 부모님이 감사하기도 하다. 세상엔 당연한 일이란 없으니까. 준비가 힘들어도 막상 만나면 즐겁기도 했고, 눈치 보는 삶을 벗어나니 이제 많이 편해진 듯하다.
무릇 세상의 모든 일은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의 말이고, 곡해하기 시작하면 계속되는 것이 내 마음의 괴로움뿐이다. 어머니는 늘 한결같이 자식의 반찬을 챙겨주고, 잘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깨끗하고 포근한 이불을 준비해주신다. 가끔은 아이들이 어릴 때처럼 주말이면 영원할 것처럼 같이 저녁을 준비하고 티브이를 보고 일요일에 함께 나들이를 가던 때가 그립다. 당시엔 언제 집에 가나, 집 가면 언제 치우고 애들 재우나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그 또한 추억이 되더라. 자식 뒷바라지는 죽어야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아이들이 대학만 가도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주말까지 분주한 마음으로 살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 그러면 마음 편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예쁜 카페도 더 다니고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리라. 지금은 좀 더 나와 아이들에게 집중을 하고 싶다. 엄청나게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은 없어도 마음을 다해주고 싶다. 나를 위한 시간도 아직 더 필요하다. 그동안 나름 많은 치유와 성장이 이루어졌다. 이제 그 뿌리가 점점 단단해지는 일만 남았다.
5월이 가족 행사가 많아 분주했지만 올해도 이렇게 잘 마무리되고 있다.
6월의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