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아들,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왔네.
운동 겸 산책 콜?
학원에서 항상 9시가 다 되어 돌아오는 아들이 모처럼 일찍 귀가한 날이다.
언제 여름이 되어가는 즈음의 산책은 상쾌함을 몰고 온다.
치킨을 먹기 전 함께 운동 혹은 산책을 빙자한 아들과의 데이트.
학교 이야기.
학원 이야기.
친구 이야기.
두루두루 하다 보면 어느새 산책로를 한 바퀴를 다 돈다.
겨울 옷을 입고 하는 걷기라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뒤따라 오던 둘째는 먼저 들어가고
첫째와의 대화는 계속된다.
이맘때였을 것이다.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
친구집은 학교에서 가까워서 곧잘 같이 걸어가곤 했다.
겨울엔 추워서 잘 걸어가진 않지만 나머지의 계절은 다르다.
특히 여름밤은 그 특유의 향기가 있다.
한낮은 열기가 가라앉고 밤의 선선함이 몰려오는 시간.
사람들은 여유 있게 산책을 나오고
길어진 하루에 대한 사람들의 들뜬 열기도 느껴진다.
학교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영화 이야기.
동아리 이야기.
20분 정도 걷다 보면 친구 집 앞 정류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28 버스를 기다리며 한참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 버스를 한 대 그냥 보낸다.
사람이 너무 많이 있다는 핑계를 대어 본다.
결국 10시 50분 막차를 타며 헤어지는 길.
흡사 연인과도 같지만 그 시절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누는 또 하나의 나와도 같다.
집에 돌아와 씻고 어김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통화를 끝내면 불현듯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다.
새벽 3시
여전히 밝고 시원한 그 시간
커다란 투게더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으며 라디오를 듣는다.
디제이의 멘트 없이 노래만 흘러나오는 그 시간.
꿈꾸듯 들려오는 소리에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어도 끄떡없던 나의 소장, 어린 그때.
함께 걷던 아들을 올려다보며
이 아이도 그런 여름의 저녁을 보내겠구나 생각해 본다.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혹은 홀로
여름밤의 청량함을 느끼며 걷겠지.
그러다가 자유로운 20대를 느끼며 희망차겠지.
때론 가슴 시원한 설렘에 벅차기도 하겠지.
신비하고 어슴푸레한 여름의 밤하늘은
그 자체만으로 낮처럼 빛난다.
나의 젊음도 빛났고
아이의 청량함도 빛날 것이다.
가슴이 다시 뛰고 싶다면 지금 계절의 밤을 놓치지 않기를.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이니
짧은 여름의 밤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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