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너는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쓰잖아.
우리한테는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네가 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이야.
꼭 기억해.
너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네가 하는 일, 네가 쓰는 소설은 너무너무 중요해.
그러니까 네가 잘 살아가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 <오직 쓰기 위하여> p.56 -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열심히 글을 써온 사람일 거다.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을 알기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주변에서도 알아보는 법이다.
나에게 아주 오랜 인연의 친구가 두 명 있는데, 이들의 성격은 극명하게 다르다.
기존 글에서 언급했던 현실주의 친구 A와 생각이 아주 많은 친구 B가 있다.
다림질할 옷들을 쌓아놓던 밤, 친구 A는 다음 날 소풍을 가는 아이 둘을 위해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친구의 김밥은 아주 야무지고 맛있다.
식당을 하셨던 친정어머니를 많이 도왔던 친구는 바쁜 워킹맘의 일상 속에서도 살림도 깔끔하며 음식도 잘한다. 김밥을 싸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가끔 토요일이면 김밥 한 줄을 더 말아놓고 내가 엄마를 모셔다 드리던 길 들러서 가져가게 했는데(그땐 내가 운전을 하던 시절이다) 요즘은 운전을 안 하니 그마저도 힘들다.
"네 김밥 맛있는데 먹고 싶다."
"너네 집이 버스 한 정거장만 돼도 내가 갖다 줄 텐데."
"나 예전처럼 운전했으면 너네 집 아무 때나 들러서 김밥 싸달라 할지도 ㅎㅎ"
"얼마든지"
평소 표현이 많지 않고 건조한 친구인데 마지막 말을 듣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김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었다.
우린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동아리 지도 교수님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던 친구와 갑자기 친해졌다. 우린 과도 달랐지만 쿵작이 잘 맞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서로 가정이 생기면서 예전처럼 매일 붙어 다니진 못하지만(당연한 거겠지) 20여 년의 세월이 역시 어디 가지 않는구나 싶다.
친구 B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잠시 헤어져있다가 친구 A의 결혼식에서 다시 만난 후로 연락하게 되었다. 그 세월도 벌써 십 년이나 되었다. 글을 쓰는 나를 한없이 응원해 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큰일 할 사람이라든지 꿈을 이뤄가는 게 멋지다든지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나에게 준다. 한 달 전엔 홍삼을 갑자기 보내줘서 놀라기도 했는데 겨울이면 지역의 고구마 한 박스를 늘 배송하곤 한다. 말 한마디 예사로 여기지 않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친구다.
나도 이런 친구가 둘이나 있다니 책 속의 작가를 마냥 부러워할 일은 아니었다. 아니 글을 쓴다고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고 신기하네 하고 생각했던 마음이 내 친구들을 떠올리고는 눈 녹듯 사라졌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난 없는데, 날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하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 분명히 있다. 날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어쩌면 그 이상의 사람들이 날 응원할지도.
글을 쓰는 우리는, 그저 열심히 쓰면 된다.
나의 글을 쓰다 보면 그 노력은 켜켜이 쌓여갈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응원받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응원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구원하고 있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