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꽃사진을 자꾸 찍기 시작하면 나이가 든 거라고들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나도 그럴 때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바람에 날릴 때는.
산책로를 아늑한 동굴처럼 만든 벚나무를 보며 겨울에도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봄이 되길 기다리다가 한껏 자신을 드러낸 모습을 보면 봄이 오긴 왔구나 싶다.
주로 사진을 찍는 순간은 조금이라도 예쁜 배경에서 책사진을 찍고 싶기 때문인데
가끔은 그저 꽃이 예뻐서이다.
자연의 색감이 주는 편안함이 눈길을 끄는 순간 카메라 셧터는 어김없이 움직인다.
아직 바람이 찬 요즘 온전히 봄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벚꽃을 보고 알았다.
봄이 왔구나.
어김없이 절기는 예정대로 흐르고 계절은 소리 없이 제 역할을 하는구나.
세상이 천지개벽을 해도
전쟁으로 신음하는 곳이 있어도
당장 살아내야 할 일상 속에서도 조용히 다가오는 그 시간, 그 계절.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이유인가 보다.
한결같은 모습, 소리 지르거나 애쓰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그 꾸준함에
인간들은 경외심을 갖나 보다.
꽃이 피는 곳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꽃놀이라 부르며 어디든 떠나는 계절.
봄은 이렇게 성큼 내 곁에 다가와있다.
어젯밤 비가 내리고 벚꽃이 다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벚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꼈다.
자연을 찾는 이유를.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인 이유를.
그게 자연이 주는 힘이다.
그 힘으로 사람들은 다시 살아간다.
나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