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컵에 담으면 물은 무슨 모양일까?
세모 모양은? 별모양 컵에 물을 담으면?
맞아. 그 모양으로 변해버려. 그게 액체야.
학생들에게 물질명사를 설명할 때 꼭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해.
주스도 간장도 콜라도 커피도.
그래서 일정한 모양이 없어.
그게 물질명사야."
"사람도 그렇잖아. 어떤 환경 속에, 어떤 생각 속에 날 담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신기하지? 눈, 코, 입 있는 거 똑같은데 사람들 다 모습이 다르잖아. 그렇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 그러니까 우리 긍정적으로 살자. 부정적인 말은 노노노"
초긍정하면 바로 나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고, 사실 그랬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사는 것은 절대 손해가 아니다. 일단 내 기분부터 좋아지니까.
지난 긴 겨울 동안 어둠의 터널 속에 있던 내 기분과 무드.
어느 유명한 책의 제목처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가난이나 사랑만큼 기분이라는 것, 감정이라는 것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오늘 아침 익숙한 길을 걷다가 벚꽃이 활짝 피어있는 걸 보았을 때 마음이 화사해졌다. 봄은 봄이구나. 절기는 세상이 아무리 오염되더라도 그대로구나. 이런 봄이 오기 전까지 내 웃음버튼은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올해 태어난 조카 녀석이다. 오랜만에 보는 아기는 둥글둥글하다.
커다란 둥근 눈, 빵빵한 두 볼, 목이 안 보이는 동그란 얼굴, 복숭아 같은 엉덩이까지. 진짜 아기가 응애응애 우는 걸 보니 더 실감이 났다. 역시 사람들은 둥근 것을 좋아한다. 뾰족하면 불편하고 네모는 싫고.
한창 사춘기일 때 내 얼굴형이 너무 싫었다.
각진 얼굴이. 왜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혹은 내 주변 친구들처럼 달걀형 얼굴이 아닌 건지.
예민한 시절이 지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난 유럽형 미인이다(웃으셔도 됩니다).
각진 얼굴의 매력적인 유럽 미인형이다.
물론 인종과 국적을 넘어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후다.
지금은 달걀형 얼굴에 집착하는 세상이 아니지만 역시 얼굴 면적의 크기는 어쩔 수가 없다. 이제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사람들이 아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새로운 생명, 작은 귀염둥이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역시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둥글어서이다. 네모보다 동그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네모바지 스펀지밥도 눈을 커다랗고 둥글둥글하니까. 둥글다는 말을 많이 적어서인지 내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구름이 된 것 같다. 동글동글 조카 사진을 또 보러 가야겠다. 생명은 참 감사하고 신비한 존재다. 방싯 배냇웃음 짓는 동그란 녀석에게 세상은 동그라미처럼 부드럽기도 하고 세모나 네모처럼 섬세하기도 하고, 별처럼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이토록 다채로운 세상에 온걸 너무 환영한다고 만나고 꼭 안고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