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스카이 못잃어
"언니, 김하늘 배우 옛날 자료 나왔는데 완전 언니 닮았어.
그 투헤븐(To Heaven) 뮤직비디오."
뒤늦게 코로나에 걸려 신혼집에 갇혀있는 동생의 몸이 덜 회복되었는지 파문을 일으키는 톡을 보냈다.
그 때가 언제인가.
7살 어린 동생이 초등학생던 시절이며 이 언니가 막 대학생이던 시절이 아니던가.
동생에겐 일단 닮으려면 무지 말라야한다며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함부로 씨부리지 말라 했것만 입술이 씰룩이는건 어쩔 수 없다. 이유인즉슨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에헴, 어이없어도 참아주시길)
바로 대학시절 과 친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넌 선생이고 난 학생이야' 를 외치던 '김하늘 닮은꼴'이었던 것이다.
처음 그녀를 만난건 '바이준'이라는 영화였는데 당시 어지러운 청춘의 삶을 그린 영화였다. 마른 몸매, 모델 출신답게 스타일리쉬한 패션, 코믹부터 멜로까지 다 되던 여배우를 참 좋아했다.
여전히 현역인 그녀를 보며 이 언니는(저한테 언니 맞습니다.) 변함이 없구나 생각을 해왔다.
이후 영화 '동감',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마세요', '해피투게더',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나의 워너비로 남아있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내가 그녀를 닮았던 순간은 드라마 '로망스'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윤채원역으로 나왔을 때이다.
당시 나의 헤어스타일은 살짝 레이어든 단발 머리였는데 층층이 펌을 해서 발랄함을 연출했었다.
그렇다.
사실은 나의 광대를 살포시 눌러주기 위한 애씀에서 나온 헤어스타일이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며 긴머리 찰랑이는 청순 헤어스타일을 꿈꾸었으나
이번 생에선 절대 허락되지 않은 머리 모양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타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은 후
커다란 얼굴을 누르기 위해 펌을 시도했다.
스트레이트 펌은 절대 어울리지 않으니 디지털 파마라고 불리던 펌을 해봤는데 웬걸 나에게 너무 찰떡이었다.
절대 뽀글거리지 않고 자연스레 구부러지는 머리.
머리카락이 길어서 다듬으면 오히려 다른 스타일이 나오는 머리.
때마침 젊음의 영향인지 살은 빠져 44사이즈가 아니냐는 말까지 듣던 그 때.
'김하늘 닮은꼴'의 시작이었다.
사실 얼굴보다는 헤어스타일의 영향으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김하늘.
웃겨라며 말은 하지만 명실공히 과에선 그 때부터 별명이 되었던 전설의 여배우 이름.
참, 미안합니다.
여전히 20년전과 같은 여배우를 보며 나의 모습을 보면 참 세월은 막말로 나만 만났나싶지만
아직도 영화나 티비에서 볼 수 있는 그녀를 보니 참 반갑다.
사십대란 나이도 그녀처럼 아름다울 수 있고 난 여전히 그녀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동생은 유행이 돌고돈다면서 머리카락을 길러서 레이어드컷과 매직셋팅을 하라고 권유했다.
"언니, 다시 유행이야. 길러서 이 머리스타일 해봐."
"동생아, 일단 이렇게 말라야 해. 언닌 이번 생엔 틀렸어.."
"아냐아냐, 언니는 얼굴이 말라서 괜찮아. 광대도 튀어나오고 볼살도 없잖아. 완전 유럽 여자. 와우!"
동생의 코로나 휴유증이 이렇게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