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깨나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도서관과 서점을 사랑할 것이다.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전무후무한 시대의 어린이 시절을 보냈던지라 책이라는 건 엄마를 통해서 접했었다.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셨다는데 생각해 보면 잠자리 독서를 해주셨던 것 같다.
그러다가 5살에 갑자기 글을 읽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도서관이란 건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가던 곳이었고, 호기심에 잠깐 들려본 1층 어린이실은 삐걱대는 의자와 책상만 있었다.
오히려 책은 깨미책방 같은 동네 책방에서 많이 빌려봤는데
한창 유행하던 소설이나 만화책을 많이 봤었다.
세상에 있는 만화책은 다 보겠다는 일념으로 파고들고 파고들었다.
소설책도 베스트셀러 위주로 유명한 건 다 읽어보고 아나운서 출신 작가들의 에세이도 유행하던 시절이라 많이 읽어봤었다.
어찌 됐든 책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듯하다.
도서관의 참맛을 본 건 졸업을 앞둔 대학생 시절.
멋진 학교 도서관을 등한시하더니 결국 중학교 때 시험공부를 하던 시립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경제에 관한 책, 돈에 관한 책 등을 읽었는데 자꾸 책을 읽다 보니 필사도 하게 되고 소위 독서 노트라는 것도 그때 쓰기 시작했다.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았으려 만 일 년 정도 하고는 독서 노트는 쓰지도 않고, 막연한 미래에 불안했다면 차라리 '자청'님처럼 2년 동안 책 읽고 글이나 쓸 것을 하고 후회도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독서법이나 온갖 육아서들을 읽었는데 책을 사기도 하고 빌려 읽기도 했다. 아이들 책도
소위 말하는 전집부터 단행본까지 사서 읽혔다.
그러다가 이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힘들다, 짐정리. 책이 너무 많네.
첫째, 일단 자리를 많이 차치한다.
아이들 책은 두껍기도 했고, 내 책도 양이 만만치 않았다.
둘째, 책사느라 돈도 많이 든다. 또 나무가 많이 고갈된다.
엄청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면 일단 읽고 싶은 욕심에 막 사기도 하고 샀는데 의외로 내 취향이 아니거나 살 정도는 아녔다는 생각이 든다.
또 쓰는 금전이 만만치 않다.
일단, 원칙을 하나 세웠다.
먼저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최대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 본다. 도서관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빌려보고 소장 가치가 있다면 중고 서점에 가서 찾아본다. 그래도 없거나 신간 도서라면 그때 구입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엔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들을 넣어둔다. 그럼 어느 정도 해갈이 되며 이후 다시 들어가서 봤을 때 사지 않아도 될 책들이 보이면 과감히 삭제하면 된다.
서점 장바구니도 너무 차있으면 그것도 부담이 된다. 그땐 과감하게 정리를 해본다.
아이들도 커가면서 봐야 할 책의 종류가 바뀌기도 하고 취향도 생기면서 '당근마켓'에 책을 팔아보기도 한다.
요즘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밀리의 서재'이다.
도서를 검색하여 나만의 서재에 넣어논다.
그것만으로도 책을 사고 싶은 욕구가 많이 해소된다.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 화면으로 보는 것에 지칠때즘 다시 책을 집어든다.
종이 냄새를 맡고 분위기를 느끼려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보기도 하고
일부러 멀리 떨어진 서점까지 가보곤 한다.
마을 독립 서점의 이벤트나 강의에 참여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이도 참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장바구니에 백만 원이 넘는 책이 담겨있고 어느 순간엔 결제 버튼을 다 눌러버리고 싶지만 조금 참아본다.
참아보는 연습, 한 권 한 권 살 때 더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그 순간을 아껴본다.
그리고 집 안의 책을 비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지나친 소유는 아니었나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책에 대한 이 소유욕도 매일 다른 일 없이 책을 읽고 글만 쓰면서 살 수 있다면 도서관을 직장처럼 매일 갈 수 있다면 해결되지 않을까?
내일은 아파트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