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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l 20. 2023

나의 공포의 향방

Bright beyond fear

여름이 되면 통과의례처럼 납량특집 방송을 보곤 했다.

귀신 분장을 하거나 귀신의 집을 찾아가는 스타들이 나오는 예능프로.

혹은'전설의 고향'을 보며 보내곤 했다.

'내 다리 내놔'를 외치며 뛰어오던 시체들, 억울하게 당하는 여인들, 거기에다 구미호까지 나오면 더 신나게 보곤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당시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문학 작품들이 그러하듯 당시 양반 중심,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에 공포를 더해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전설의 고향'이 사라질 무렵 납량물도 현대판으로 탈바꿈했다.

무섭지만 너무나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M'이 그 시초였는데, 당시에 인기 절정이었던 '심은하'언니가 나왔던 드라마다. 초록색 눈과 기계음 때문에 더 공포감이 더했었는데 음악도 너무 슬프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봤었다. 특히 OST가 정말 오묘하니 인기였다. 이 드라마가 당시 마음에 와닿았던 다른 이유는 단순한 공포심을 만든 게 아닌 사회 문제를 녹여냈기 때문이다. 바로 낙태 문제였다.

낙태 수술로 인해 사라진 남자아이의 기억 분자가 옆분만실에 있던 주인공 마리에게 들어간 것이었다. 


이후 시선은 티브이가 아닌 책으로 향했고 한창 핫했던 '링'시리즈를 읽으며 머리끝이 쭈뼛솟는 긴장감을 느꼈다. 활자로 상상하던 실체를 영화에서 보던 그 느낌이란 아직도 티브이에서 기어 나오던 그녀를 잊을 수 없다.

최근엔 '악귀'라는 드라마를 한 편 봤는데, 음 너무 무서웠다.

언제부터인가 무서운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

자꾸 생각나는 으스스한 장면들이 괜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부정적인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서운 드라마나 영화는 오죽할까.

긍정적이고 기쁜 것만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괜한 두려운 감정으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고 싶지가 않다.

소재는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도 있음은 분명하지만 애써 끌어가고 있는 긍정적인 두뇌라인에

태클은 걸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


오히려 여름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는다. 혹은 '셜록 홈스'시리즈를 읽어보기도 한다. 

애정과 추리가 적절히 섞인 사건,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연결한 서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전쟁이나 잔인한 묘사가 없이도 충분히 심장 떨리는 이야기들. '셜록 홈스'의 추리 실력을 보는 막강한 인물에 기댄 이야기도 흥미롭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처럼 치밀한 관계 묘사나 일상에서 벌어질법한 캐릭터들의 감정 묘사도 재미있다. 오히려 더위를 정도로 시원 쫄깃하달까.






여름에 가장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도 있다.

바로 뱀파이어다.

뱀파이어, 혹은 드라큘라는 여러 가지 이야기형태로 재생되었고 주로 영화 같은 영상으로 많이 만났는데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첫 시작은 전통 드라큘라 스토리에 기반한 영화 '드라큘라'이다. 아직은 앳된 키아누 리브스나 아름다운 위노나 라이더를 만날 수 있고 게리 올드만이 분한 드라큘라도 만날 수 있다. 유럽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고 돌아왔지만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자살한 부인 때문에 신을 저주하게 된 드라큘라 왕자.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무서웠지만 흥미롭게 봤던 영화이다.

뱀파이어 무비의 절정은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출현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이다. 우리나라 처녀 귀신이나 총각 귀신이 훨씬 더 무섭게 느껴지고 왠지 뱀파이어는 마음이 끌린다. 사연 많은 남자 느낌이라 그런 걸까. 이후 뱀파이어 무비의 계보는 '반 헬싱'으로 느껴진다. 어떤 책에선 나이 많은 '반 헬싱'박사라고 했지만 해당 영화에선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나오며 호주의 신사 '휴 그랜트'가 교황청의 부름을 받고 악을 처단하는 사제로 나온다. 뱀파이어도 나오지만 적수로 여겨지는 늑대 인간까지 나오는 영화로 여주인공 케이트 베켄세일과의 케미도 일품이다. 


뱀파이어 무비보다 더 가벼운 느낌을 원할 때는 '배트맨' 시리즈도 훌륭하다.

역시나 배트맨의 뉴욕시를 형상화한 가상의 도시 고담시의 영웅인데 이 남자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대부호의 외아들인데 눈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당했다.

믿을 사람이라곤 알프레드 집사뿐이다.

만나는 악당들은 죄다 펭귄맨, 조커 등 상처 있는 인물들이다.

배트맨이 약하다면 좀비 시리즈도 괜찮다.

'부산행', '황혼에서 새벽까지', '웜바디스' 등 볼만한 좀비 영화들이 많다. 


지금까지 만나본 모든 공포에 관련된 콘텐츠는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접근방법들은 다 다르다.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인간 내면에 있는 불안이나 아픔을 건드린다.

혹은 사회적인 이슈나 애써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한다.

공포라는 모습에 기대어 표현하는 또 다른 매쏘드이다.

사회적 약자,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건, 인간의 이기심, 이 모든 게 공포의 옷을 입고 작품에 대중 매체에 드러난다. 이처럼 거국적인 개념으로 가지 않을지라도 당장 다음 달에 내야 하는 카드값, 나만 괴롭히는 사람들, 그런 상황들 모든 것이 공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생각을 가다듬는다.

굳이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거나 보면서 유희하고 싶진 않다.

사람의 생각은 그 방향이 향하는 대로 가는 법이다.


내가 보는 모든 것.

내가 듣는 모든 소리.

내가 생각하는 마음.

내가 쓰는 말투.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므로 밝고 긍정적인 것만 보고 싶다.

추리 소설이나 배트맨 시리즈 정도의 영화로 적당한 콩닥거림을 느끼고 생활하고 싶다.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물 같은 사람이기에 

무서움보다는 두근거림 정도로만 만족하고 싶다. 

자꾸 두려운 상황에 넣기보다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잘 될 거라는 희망의 그릇에 담기고 싶다.

오히려 현실에 더 공포스러운 상황들이 많기에 좀 더 긍정과 희망을 외치며 밝은 색으로 인생을 물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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