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남편은 동호회 모임으로 1박 2일 합법적인 외박을 한 상황이다.
할 일은 많은 엄마지만 휴일이면 아이들과 어디든 가고 싶은 엄마이긴 하다.
둘째는 투덜대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라나선다.
첫째는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따라가 주는 고마운 중학생이다.
토요일은 오랜만에 햇빛이 나와서 좋았는데
일요일은 다시 여지없이 비가 온다.
각자 우산을 하나씩 챙겨 들고 아파트 입구로 나간다.
카카오택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을 쉰 뒤로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 기사님들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꼭 경로를 물어보신다는 점.
이미 경로가 등록이 되어있어도 꼭 승객의 의향을 물어보신다.
혹시 다른 빠른 길은 없는지 승객이 선호하는 노선은 있는지 물어보시는 듯하다.
기자님들마나 특징도 다양하신데 카톡 결제 말고 따로 결제를 요구하시는 경우.
노선이 너무 가까우면 못 가겠다고 하시기도 해서 택시를 탔다가 아이들과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대개 깨끗한 차량으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신다.
이 날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깨끗한 실내. 편안한 운전. 그리고 더욱 감사했던 점은 우산을 접는 동안 천천히 하라며 편안하게 기다려주셨다는 점이다.
택시에서 내려 전시회장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운행 평가를 눌러본다.
편안한 운전, 쾌적한 실내, 노선 등등 체크를 하고 나니 기사님께 팁을 주는 부분이 있다.
'어랏, 처음 본 건데, 카카오 블루라 그런가. '
신기하다 생각하며 종료를 하고 20여분 전시회를 봤을까.
갑작스러운 둘째의 말.
엄마, 나 핸드폰 택시에 두고 내렸나 봐.
조그만 가방에 그렇게 핸드폰을 보관해서 메고 나가자고 했건만 귀찮다는 이유로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기어코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음엔 꼭 엄마 말대로 미니 가방에 넣어야겠다고 후회하는 아들.
잔소리가 한 바가지 장전되지만 꾹 눌러본다.
'그래, 네 스스로 깨달았으니 이 또한 됐다.'
그런데 어떻게 연락을 하지?
카카오택시 앱에 들어가 이것저것 눌러본다.
기사님 성함, 회사 정보 등 다양하게 있다.
다행히 고객 번호 노출 없이 연락하기가 있다.
네, 여보세요? 왜 전화 안 주시나 했어요. 밑에 편의점에 있습니다.
아들이 걸어놓은 비밀번호에 전화도 못했다는 기사님.
다음 콜도 안 받으시고 기다리셨다는 기사님에게 아들과 정신없이 달려갔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면 커피라도 사드리려 했것만 한사코 괜찮다고 하시며 가버리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팁 주는 버튼에서 시원하게 쏴드리는 건데 하고 후회가 밀려온다.
아들은 그 와중에 비밀번호를 제대로 야무지게 걸어놨다며 본인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눔아~이 비판적 사고가 강한 아들아. 21세기 인재의 요건 중 하나라고 하지만
이 와중에 그 말이 나오니?
핸드폰을 사야 하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엄마 말 좀 들으라며 안 사줘야 하나 순간 고민을 하다가 기사님과 통화 후 다시 찾은 핸드폰.
그냥 선의를 베풀고 가신 기사님께 너무 감사했다.
회사에 따로 선물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나 심히 고민이 된다.
전화를 할 줄 알고 하염없이 기다리셨다는 기사님.
다음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실 텐데 어떻게 그렇게 기다리실 수 있었을까.
카카오 블루라서 친절하신 건가요?
아니면 원래 친절하신가요?
살면서 이런 친절 한 스푼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도 이렇게 친절과 기다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행동한다면 진짜 아이들 동화처럼 세상이 더욱더 밝아지고 친절이 전염될까.
고마움을 잊지 않기.
나도 친절 베풀기.
진짜 착하게 살자.
그리고 꼭 기사님 회사에 전화드려서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드려야겠다.
글에서 선언을 했으니 꼭 지켜야지.
p.s : 아들은 핸드폰을 미니 가방에 꼭 넣어서 다니기로 했다. 아싸! 내가 이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