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의 방학 일주일 째 되는 날
미리 신청해 놓은 레고 로봇 교실에 가는 날이다.
아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카페나 도서관에서 글을 쓰거나 일을 하면 되겠다는 계산하에 집을 나섰다.
뚜벅이 엄마의 롸이딩은 이렇다.
일단 버스를 미리 알아놓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갈거라 생각하지만 역시나 아침엔 모닝 택시다.
남편은 중학생인데 왜 데려다주냐며 성화지만
아침에 좀 데려다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초행길인데.
아이들이 수업들을 때 카페에 있음 얼마나 좋은데 이 남자가 이 맛을 모르네.
택시 기사님과 정치 얘기, 취업 얘기를 신나게 하다가 교육 장소에 도착했다.
아들과 힘차게 세이 굿바이를 외치고 카페를 찾아 나섰다.
어라, 주변에 뭐가 없네.
열심히 걷다 보니 늘 가던 도서관 앞까지 와버렸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도서관 1층 어린이실로 가서 노트북 사용이 되냐고 물어봤다.
사서 선생님은 사용은 해도 될 건데 콘센트는 없다고 하셨다.
괜찮아 괜찮아. 앉을자리만 있으면 되지 뭐.
감사하다고 말하고 두 개 있는 테이블 중 하나만 앉았는데 안경 쓴 웬 남자가 본인 자리라면 나와달라고 한다.
이 자리 세놓으셨나요, 아님 여기 예약제 스터디 카페냐며 공손히 묻고 싶었으나
괜한 실랑이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관 북카페는 오픈이 11시이고 벌써 헤맨 지 30분째이다.
노트북을 맨 어깨는 아파오고 시간도 아깝다.
'아이, 얼른 글도 쓰고 일도 해야 하는데'
도서관 근처 카페들이 아직 오픈 전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디자인도 멋있고 맛도 보장하는데 에이 틀렸다.
좀 걷다 보니 전통 카페가 나온다.
쌍화차 한 잔 먹으면서 건강 좀 챙겨봐?
영 익숙하지 않은 트로트 음악 소리에 문 앞에서 턴을 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익숙한 길로 쭉 걷다 보니 이디야 커피가 보인다.
도서관도 산책로 근처에 있고 이디야 커피도 산책로 근처에 있다.
여기로 말할 것 같으면 2층까지 꽤 넓은 매장에 조용하고 카공족들이 많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붐비지 않는 여유로운 곳이다.
'그래, 결국 여기였어.'
여름의 나의 최애 음료 자몽에이드를 엑스트라 라지 사이즈로 주문한다.
목 넘김이 시원하다.
30분 동안 걸은 것은 열심히 운동한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쌩큐, 이디야. 쌩큐, 자몽에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