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은 설악산으로 출발이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이른 출발.
부지런하신 아버님이 아니었으면 12시에나 탈 뻔했다.
10시 20분 출발 티켓을 손에 들고 기다리는 시간.
외국인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나라 아람단이나 누리단 혹은 보이스카웃이나 걸스카웃 느낌이다.
국기를 보아하니 북유럽이다.
십자가가 있다.
노르웨이라 예상해 보았으나 검색을 해보니 덴마크. 색깔만 틀리고 맞췄구먼.
이렇게 유명했나 싶게 사람도 많고 외국인도 많다.
더운 여름이지만 사람들이 친절하다.
억양도 세지 않고 뭔가 편안한 느낌이다.
케이블카 입구에선 사진 찍기가 한창이다.
외국인 한 분이 셀카를 찍으려다 망설이길래 남편이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니 곧바로 "Thank You!"라고 말한다.
예이~한글 만세.
드디어 케이블카 입성.
50명이 탄 이곳은 에어컨이 없는 상황.
다행히 천장에서 바람이 들어와 막 덥지는 않다.
산세가 꽤 수려하고 능선이 곱다.
설악산을 다녀온 후 저녁까지 해변에서 신나게 논다.
모래는 뜨겁고, 물은 차갑지만
맑은 바닷물 속 조개를 캐며 신나게 보낸다.
모래찜질을 하다가 잠들기도 하고 진짜 털보 사장님이 배달해 주시는 털보 치킨 두 마리를 뜯으며 동해의 바다에 몸을 맡겨 본다.
남쪽에서 바다가 많은데 뭐 하러 강원도까지 오느냐 말씀하시던 아버님이 제일 열심히 조개를 잡으신다.
후후, 조개탕을 맛볼 수 있겠군.
서해처럼 맛이 든 조개는 아니지만 맑은 물속 살던 조개니 깨끗함이 보장된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들른 속초 수산 시장은
미로처럼 복잡한 길이 꼭 대만의 지우펀을 연상케 했다. 튀김집, 닭강정집, 심지어는 막걸리빵집 앞까지 줄을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줄을 뒤로하고 지하의 수산 코너로 갔다. 그곳에서 산 회 85000원어치의 양은 턱없이 우리 식구들에겐 부족했지만 그래도 속초수산시장 구경을 했구나 하고 위안 삼았다.
수산 시장을 가던 길에 본 런던 아이 닮은 속초 아이 보는 맛도 있었고 살아있는 시장의 모습에 여행의 들뜸과 여름밤의 편안함까지 다 느낄 수 있었다.
두 시간에 걸쳐 다녀온 후, 회에 오징어순대전에 맛있게 저녁을 먹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소리.
에이,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하며 식사를 하던 중 소방관 두 분의 급한 방문에 화들짝 놀랐다.
어서 밖으로 나가 주세요. 원인 모를 연기가 납니다.
한 번도 불이 난 경험을 한 적도 없었는데 강원도에서 이게 웬 말인가.
숙소 밖에는 사람들이 잠옷 차림으로 나와있다.
원인은 일층 서핑 교실에 있는 난로에서 연기가 난 걸로 판명됐지만 명확하지 않다.
일은 잘 해결되었고 연기 냄새는 아직 남아있었지만
다행히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도 별 일 없이 여행이 행복하게 마무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