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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처음이라

by 마음돌봄

일을 다 끝낸 금요일 밤, 8시 50분.

그제야 대충 쌌던 짐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구들 모두 부산하게 움직이고 준비를 한 끝에 10시 30분 정도엔 짐을 다 챙길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먼저 출발한 시누네는 밤 9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시댁으로 가서 다음 날 아침 5시에 양양을 향해 출발했다.


아침 햇살이 메가 에이드 색처럼 시시각각 변하며 영롱함을 뽐내고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잠 한숨 자지 않고 끝말잇기나 엉뚱한 퀴즈 내기에 여념이 없다.

쿠션을 배게 삼아 쏟아지는 잠에 취해 자다 보니 어느새 문막휴게소다.

이렇게 차가 많고 사람이 많은 휴게소는 처음이다.

여행의 묘미는 휴게소 인지라 기대를 안고 내렸다.

목이 일주일 내내 찌뿌둥했지만 역시나 음식 앞에서는 아픈 것도 잊어버린다.

막 구운 토스트 냄새와 한 세트인 자몽에이드의 향이 코를 찌르지만

밥을 먹자는 식구들의 의견에 식당으로 향했다.

비빔국수, 돈가스에 라면 참치주먹밥에 개그우먼 이영자 님이 추천했다던 소고기국밥까지 골고루 시켰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빨리 나올 것 같았던 라면과 참치주먹밥이 장장 30분이 걸렸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나온 음식부터 뷔페식으로 먹자.

영동고속도로가 가장 이 시기에 사람도 많고 붐빈다는데 눈으로 확인하니 찐이었다.

다시 차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그동안 많이 피로가 쌓인 건지 긴장이 풀린 건지 쏟아지는 잠에 빠져들었다.

장장 6시간째 운전 중인 남편에겐 미안했지만 온몸이 축 늘어지는 걸 어쩌겠나.

일어나 보니 아직 숙소에 도착은 안 했지만 양양에 도착하긴 했다.

서핑 천국인 건지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주변 모습은 싱싱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사실 강원도는 처음이라 기대도 되었고 어떤 매력이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

'서핑인가 보네, 바다가 깨끗하네'

두 가지 느낌이었는데 정말 물이 깨끗했다.


드디어 도착한 송전 해수욕장.

시누네와 합류하고 스툴 체어에 앉아 병맥주 한 병을 마시니 해외가 따로 없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강렬한 태양.

차갑고 깨끗한 물에 정신이 번쩍 났다.

이래서 강원도에 오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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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대한 기억은 엄마가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시고 난 후 나에게 선물로 주신 기념품이었는데

'가을동화 촬영지에서 사랑하는 딸 OO에게'라고 쓰여있다.

그리고 지금은 살고 있는 집 부엌 창문 밑에 놓여있다.

그때는 더 먼 길이 었겠지.

그로부터 20여 년 후 아이들과 함께 왔다.

8시간이 걸려 도착한 강원도는 거리만큼이나 마음에서도 멀게 느껴졌었는데

오늘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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