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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의 저녁

by 마음돌봄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독박 육아를 했었다.

요즘은 독박 육아라는 말보다는 집중 육아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정말 집중 육아를 했었다.

늘 붙어있고 함께 다니고 책을 읽어주고 좀체 나가지도 않았던 생활들.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붙어있는 아이들을 보면 한없이 예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기도 했다.



학교를 그렇게 다녔어도 부모 교육 한 번 제대로 없이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었다.

원래부터 있었던지 넘치는 모성애 덕분에 아이들에게 꼭 맞춤으로 있던 엄마였다.

그래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마음 쓰이기도 했고 잠깐 아이들을 맡기고 외출을 하는 날이면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인데도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만이 아이들을 해로운 것 없이 돌볼 거라는 일종의 착각이 있었달까.

아빠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 등등 식구들도 많은데 내 아이는 나만이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굳센 의지란 게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할머니댁에서 방학 때 하루쯤은 사촌들과 자고 오기도 했는데, 엄마를 찾는 건 여전했다.

아들들이라 나중에 크면 이것도 얄짤없겠다 싶어 내심 엄마를 찾는 걸 즐기기도 했다.

오늘은 그 아이들이 할머니 댁에 간 날이다.

다음 주면 벌써 개학하는 중학생 큰 아들은 방학이 끝나는 현실을 열심히 부정하는 중이다.

둘째와 첫째를 할머니 댁에 보낸 금요일

남편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다.

확실한 나만의 자부(자유부인) 타임이다.

일이 끝나면 8시가 훌쩍 넘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요즘 필요했던지라 이 시간이 싫지 않다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지라도 누구나 혼자 만의 섬이 필요하다.

함께 있지 않으면 외롭지만

혼자 있지 않으면 반추할 수 없다.

누구나 잠시 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생활이 맞는 건지, 하루하루가 잘 살아지고 있는 건지, 그리고 인생의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가고 나니 허전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잠시나마 숨이 쉬어진다.

부엌에서 거실에서 아이들의 발자취가 느껴지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참 소중하다.

가벼운 토스트 한 조각과 우유 한 컵으로 저녁을 먹는다.

차분하게 글을 써보고

티브이 속 세상도 잠시 들여다보고

귀가한 남편과 대화도 해본다.


내일 다시 아이들을 만나면 다시 힘을 내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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