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며 사는것 vs 한곳에 뿌리내리며 사는것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by 마인풀 라이프

떠날 때의 아쉬움

이번 한국에서의 3개월이 끝나고 떠날 날이 다가오자, 마음이 아쉬웠다.
관광객처럼 ‘방문’한 기분이 아니라, 살다가 ‘이사 가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익숙해지고 편해졌는데 떠나야 한다니.

미국 집에 도착하니 반가움보다 처리할 일이 먼저였다.
만료된 빌, 쌓인 우편물, 고장 난 냉장고, 방전된 차 배터리.
게다가 20개월 된 아이는 시차 적응이 안 돼 하루 종일 칭얼거리고, 아파서 그런지 더 힘들어했다.


10년간의 ‘살아보기’ 실험

나는 하와이 한 달 살기, 영국 1년 살기, 한국 3개월 살기를 경험했다.
짧은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는’ 시간은 확실히 다르다.
남편과 나는 새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보는 것을 즐기기에 지난 10년간 여행을 많이 했고, 최근 5년은 타지에서 장기로 살아보는 경험을 이어왔다.
그리고 나이 40이 된 지금, 그 장단점이 조금씩 보인다.


1개월 살기: 짧지만 가볍게

타지에 가면 첫 1주는 적응 기간이다.
장을 몇 번 봐야 필요한 물건이 갖춰지고, 동네 구조를 익히고, 대중교통이나 길에 익숙해진다.
일주일이 지나면 여유롭게 맛집과 명소를 하루 한두 곳씩 방문한다.
마지막 주가 되면 짐을 싸고 선물을 준비하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길어 보이지만, 1개월은 정말 금방 지나간다.


3개월 살기: 진짜 ‘사는’ 경험

여행 비자의 최대 체류 기간이 3개월인 나라가 많다.
이번 한국 3개월 살기는 나에게도 처음이었다.

3개월은 진짜 ‘사는’ 기간이다.
유명 관광지를 다닐 필요 없이, 원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메일을 확인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일상을 루틴으로 만든다.

단점도 있다.
떠날 때의 아쉬움이 크고, 귀국 후에 놓쳤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1개월의 공백은 감당 가능하지만, 3개월은 복구가 힘들다.
그럼에도 경험의 깊이는 1개월의 3배 이상이다.


1년 살기: 완전한 이주

1년은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집과 차를 정리하고 떠나기에 귀국 후 처리할 일은 적다.
하지만 잃는 것도 있다.
익숙했던 루틴이 사라지고,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

이렇게 여러 기간을 살아보니,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동하며 사는 삶이 좋을까, 한곳에 정착하는 삶이 좋을까?
계속 움직이면 새로운 설렘과 자극이 있지만, 안정감은 부족하다.
한곳에 머물면 깊이와 안정은 있지만, 일상에 금세 익숙해져 버린다.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이 남는다는 것.


당신이라면,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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