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저녁
요즘 집에 들어오면 마음이 턱 막혔다.
여기저기 쌓인 것들을 보며 생각했다.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데 손이 안 갔다. 아예 생각도 하기 싫었다.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박스는 쌓여 갔고,
보이는 건 대충 서랍에 밀어 넣었다.
아이 장난감도 한몫했지만,
사실은 내가 지난 1년 동안 쑤셔 넣고 외면해 온 것들이
한두 개씩 쌓여 이제는 어디를 봐도 눈에 밟였다.
내 정신상태가 그대로 드러난 풍경이었다.
싱크대 실리콘은 갈아줄 때가 한참 지났고,
컵은 선반 위에 며칠씩 방치되기 일쑤.
다 떨어져야 그제야 세척기를 돌렸다.
핑계는 시간, 진짜는 관심 부족.
살림꾼의 반대편에서 그냥 버텨 온 셈이었다.
식사도 시원찮았다.
아이 밥을 챙기고 나는 건너뛸 때가 많았고,
그 여파로 아이 밥도 점점 부실해졌다.
반복되자 아이도 자기 밥에 관심이 떨어졌다.
예전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면
억지로라도 대청소를 했는데,
집이 계속 엉망이 되니
자연스레 밖에서 만나거나 친구 집을 찾게 됐다.
도대체 뭐였을까.
보기만 해도, 손대기도 싫었던 그 마음.
이제 바꿔보려 한다.
집의 구석구석이 내 정신을 비춘다면
지금 내 점수는 2/10.
이번 기회에 7~8까지 끌어올려 보겠다.
그동안 밀어 넣었던 것들을 다 꺼내
정리하고, 버리고, 제자리를 찾겠다.
그리고 매 끼니, 특히 저녁은
정성 들여 차려 보겠다.
솔직히 요즘 요리엔 큰 흥미가 없다.
준비하고 만들고 치우는 일,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
그래도 앞으로 3개월은 ‘요리’보다
함께 앉아 먹는 저녁을 생각하겠다.
남편과 아이와 마주 앉아
가능하면 맛있고 영양 있는 것을
천천히, 끝까지.
좋은 아내·엄마가 되기 위한 과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의미를 붙이는 연습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날의 작은 수고를 했다면,
그걸로 성공한 하루다.
이제 가볍게 넘기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