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한다는 압박감

인생은 생산적이어야 할까?

by 마인풀 라이프

이상했다.


은퇴하면 나는 어떻게 살까.
머릿속으로는 수없이 그려봤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논프로핏을 운영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하지만 비슷한 시간이 내게 주어졌을 때, 내 마음은 촉박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늘 해야 한다는 압박. 하지 않으면 잘못 사는 듯한 감각. 이유를 알면서도 그 초조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잠시 멈춰 생각해본다.
우리의 인생은 정말 항상 ‘생산적’이어야 할까? 돈을 벌지않아도 생산적이어야 된다는 압박감.


은퇴한 친구 커플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다니고, 평온하게 산다. 남편이 말했다. “일할 때의 그 에너지, 지적 도전이 없어.”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도 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러 그룹에서 봉사도 하고 잘 지낸다. 듣다 보니 이해가 됐다.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다시 어떤 일에 뛰어드는 건, 어쩌면 미친 짓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은퇴한다 해도 마음 한켠의 초조함,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앞으로 몇달이 답을 줄지 모른다. 그래도 파고들어 보고 싶다.
자유로워져도 자유롭지 못한 마음. 내 마음의 감옥을 만드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였다. 내가 존경하는 이들은 여든이 되어도 열정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들인데, 나는 왜 미친 듯한 열정보다 ‘어떤 길이 맞는가’를 맴돌며 고민하고 있을까. 이 초조함은 미친 듯 바쁠 때의 스트레스보다는 덜하겠지만, 마음의 무게는 비슷하다.


앞으로 몇 달간은 답을 빨리 찾는 습관을 멈추려 한다.
지금까지는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 움직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질문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엔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즐기며, 의식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작은 일이라도 기록하면서, 내 안에서 불꽃이 어디서 튀는지, 천천히 찾아보겠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오늘 하루도 그렇게 살아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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