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으며 글쓰기
글쓰기 책(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으며 글쓰끼 8일째.
"글쓰기는 뭐냐?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것이 된다는 겁니다."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것. 가치있는 정보를 전하는 데 집중하는 나의 글쓰기라는 것을 알았다. 별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니까 나의 정보가 가치있다고 고개를 내미는 것에 향기를 입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공부하려고 하고 있다.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 언제나 늘 짧고 명료함을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나 어렵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양이 내 머리속에서 이미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이다. 넘치는 좋은 소리는 결국 스치는 바람소리 혹은 잔소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하니까.
"인지혁명은 뭐냐? 한마디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입니다. 대표적인 게 종교."
<사피엔스>의 저자 하라리는 인류사를 변화시킨 사건으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지목했다. 인지혁명은 글쓰기로 새겨난 활동으로 7만년에서 3만년 전에 일어났고, 농업혁명은 1만년에서 5천년 전에 벌어졌으며, 과학혁명은 5백년 전쯤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 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 맘에 들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문화란 모두 그 이상향의 영역이니까. 그 곳으로 향해 걸어가자고 서로 응원하고 노력하는 인류의 발걸음.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것, 인류의 혁명은 상상하는 능력과, 소통하는 능력, 그 안에 글쓰기가 인류를 이어낸 것이구나 생각하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문자로' 뱉어내는 이 순간이 무척이나 고마워진다. 없었으면 어쩔 뻔..
"다른 것도 생각해볼까요? 인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적용하면 인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권이 있다고 믿습니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헌법과 법률을 만들고, 때론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서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소통해 크고 작은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능력을 가진 종은 현재까지는 호모 사피엔스밖에 없다고 한다. 멋.있.다. 그리고 다.행.이.다.
인권. 내가 집중하는 그것. 생의 초기부터 지켜져야 할 인권, 인권을 지키는 생각과 행동이 습관이 될 때까지 배우고 익히는 문화. 그 문화를 위해 나는 거리로 나간다.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게 묻는다. 목숨을 걸고 목숨을 지키는 일, 값지기에 쉽지 않은 길. 평화롭고 조용하게 싸울 길을 찾고싶다. 나는 격렬함에는 얼어버리는 달팽이니까. 친절함으로 한 발 한 발, 강렬한 친절함으로.
"인지혁명의 핵심은 언어입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표혀의 수단이 아닙니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조감도와 설계도가 있어도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감정에 관한 어휘를 열심히 알고 익히라고 말하고 있는 내 직업적 활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감정관리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이 감정은 담겨질 자리를 찾지 못해 몸으로 녹아든다. 인지능력을 가진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무언가에 담음으로써 그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한 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압도하는 생각과 감정을 몸으로 발현해 버린다. 그 공간이 바로 언어이다. 언어에 담는 순간 생리학적으로 몸의 호르몬이 한 차례 정돈된다는 것이 과학이 밝힌 바. 그래서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데, 그것이 잘 되려면 그것을 담을 어휘를 알아야 한다는 것, 한 번 더 인지하고 표현하는 순간이다.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한다."
내 마음에 복잡함이 커질 때면 나는 그것을 알아내느라 내가 가진 모든 어휘를 찾아 떠난다. 한참을 헤매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문장을 적을 수 있을때의 그 쾌감은, 복잡한 머리와 마음을 가져본 이들만 알 수 있는 무질서 속의 질서일 것. 어휘의 양을 늘리기 위해 글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저자는 어휘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라고 했다.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사피엔스> <시민의 불복종>처럼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와 며확하고 아름다운 문장 을 구사한 책을 다섯번 열번 반복해서 즐기며 읽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없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자재를 끌어모으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입시공부하듯 읽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책을 읽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한테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위의 책을 또 그대로 따라 읽지는 말자). 그게 핵심이라는 것이 동감한다. 숙제하듯 사는 삶을 살 것인가 축제하듯 삶을 살 것인가, 그것을 생각해도 되는(해야 하는) 시점임을 감사하면서.
텍스트를 읽다 감정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서 더는 읽어갈 수 없는 순간, 그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 숨을 후 내쉬는 순간. 그런 결정적 순가을 체험하지 못하는 인생은 불행한 거라고 했다. 그것이 불행인 줄 알려면 그런 행복을 누려봐야 하겠지, 100권같은 한 권의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생각한다. 책을 통해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정말 행운이다. 가능한 자원으로 행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라는 귀한 자원이 널려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곳이라는 게 한편 너무 다행스럽다.
나는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 글을 읽고 느끼고 탄식하려면, 몸과 마음으로 주변의 현상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경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어릴 적, 적어도 10년간은 계절이 변하는 나무와 꽃과 바람과 곤충과 동물들을 눈과 귀로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살면서 터져나오는 웃음과 표정의 환희를 기억할 경험이 충분히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느낄 감정도 있고 떠올릴 감정도 있는 것이리라. 그것이 내가 글쓰기를 통해 알리고픈 귀한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