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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Feb 23. 2021

마음이 복잡하다.

새 방어기제: 달리자. 숨이 턱 끝까지 차게 그냥 달리자.]

글 하나 쓰다가, 꼬리에 꼬리가 물린 단어들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 나란 인간이 이해된 것 같게 드러난 단어들이었는데, 괜히 튀어나와 나를 불편하게 휘저어 놓는다. 욕 한 마디 터트려야 살 것 같다.

‘거지 같아....’


이해받는다는 것, 늘 옳은 것은 아닌 것일까. 이해. 소외당한 인간을 끌어안아주는 그 행위, 이해. 그 이해가 나를 내 안에서 소외시킨다.


몰랐으면 했던 상대가 나의 마음을 이해해버릴 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들켰을 때의 짜증. 진실은 그렇듯 늘 최고가 아니게 오기도 한다. 내 이야기의 진실은 알았을지 모르나 나의 진심은 잘못 짚혔다.


진실과 편함. 그 사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하는 곳, 난 아직도 진실에선 한 발 멀다. 지동설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보는 태양이 움직인다는 것, 그것을 보고 내가 주체가 되어 태양을 논하는 것, 난 그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감정에 있어서는 그렇다. 이 우주에 점 하나도 되지 못하는 존재라 해도, 수억만 년 중 일초도 안 되는 것이 나의 100년이 가진 점 같은 길이라 해도, 그 모든 기준은 내 시간 내 공간이어야 한다. 우주의 기준으로 나를 퍼센티지 내지 마라. 나의 아픔은, 나의 슬픔은, 우주가 말하는 것처럼 그저 순간 점조차도 되지 않는 길이도 아니요, 깊이는 더더욱 아니다.


나를 복잡하게 만든 그 단어들이 오늘은 싫다. 늘 있는 그대로인 나를 가장 사랑하고 지지하는 나라 해도, 사랑하는 지금의 나를 만든 사건과 감정과 생각들이라 지지하는 나라 해도, 나를 강하게 만들었으니 항상 옳았다 품어줄 수만은 없다. 이게 바로 진실이고 이게 바로 내 진심이다.


이 밤중에 달리련다. 이 깜깜함 속에서 달려 살리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 깜깜함 가운데를 달려내버려야 할 것 같다. 내 복잡한 머릿속을 섞어 볶아 털어버리듯 달려내야 할 것 같다. 숨차게 달려서 숨차게 쓰러져 버려야 할 것 같다.


달리기 전, 이미 숨찬 내 생각은 여기 털어놓고 간다.






기억.

상실.

대체 뭐라고 이 따위 명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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