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민한 사람일까?

'HSP 체크리스트'

섬세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HSP(Highly Sensitive Person)


성인은 되었지만 마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사회 경험도 부족했던 20대 중후반, 감정의 풍파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HSP를 다룬 책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마다 제 예민하고 이상한 성격을 자책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전체 인구의 15~20% 정도가 타고난다고 하는 이 기질은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Elaine N. Aron) 박사가 1996년 ≪The Highly Sensitive Person≫을 출간하면서 처음으로 대중화된 개념이에요.


곧이어 정서와 기질 연구가 활발한 유럽에서 HSP 관련 연구와 커뮤니티들이 생겨났고, 특히 정서 억제, 관계 중시, 높은 스트레스 문화의 일본에서는 HSP 카운슬러나 HSP 코칭 같은 분야가 생겨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예민함은 고쳐야 할 약점이자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초민감자, 엠패스와 같은 개념과 함께 HSP 역시 점차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있죠.


이 테스트를 통해 제 기질을 확인한 뒤로는, 늘 단점으로만 여기던 제 예민함을 처음으로 당당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남들과는 다른 제 성격을 있는 그대로 아껴주기 시작했고,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저주라고 생각했던 예민함이 점차 선물이자 재능처럼 느껴지게 됐어요.




아래 문항들은 아론 박사가 만든 HSP 체크리스트입니다.


다음 질문에 조금이라도 해당된다면 '네', 전혀 해당되지 않으면 '아니요'라고 답하고, 이때 14개 이상의 질문에서 '네'라고 답한다면 HSP 기질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가검사의 특성상 정확한 진단용보다는 스크리닝 검사 정도로 생각하셔야 하고, 14개 미만이더라도 몇 가지 항목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면 이때에도 HSP로 의심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덜 체크하려는 경향이 있어 14개 미만으로 나오더라도 HSP인 경우들이 있고, 특히 같은 개수가 나와도 더 강한 경향성을 보인다고 하니 참고해 주세요.



이 항목들을 정리하자면, 물리적, 정신적 자극을 포함한 모든 외부 자극들에 민감하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어요.


성능과 사양은 뛰어나지만, 금방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쉽게 고장이 날 수 있어 아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최신식 기계들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일상에서 지치고 힘든 상황들은 많지만, 어떤 상황에 특히 취약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을 거예요. 예민한 기질인지 파악하기 위해 만든 체크리스트지만, 이 항목들을 읽어보며 내가 가진 특징들을 알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할 거예요.


이렇듯 우리의 예민함이 질환이나 장애가 아니라 단순히 타고난 기질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치유의 시작점이 달라집니다. 이 특성들을 토대로, 다음 장에서는 뇌과학적 특징들을 포함해 HSP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다뤄보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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