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현실과 꿈 사이, 우리는 어디쯤 서 있을까

by 잡생각 수집가

대학교 신입생들을 상대로 “앞으로 연봉을 얼마나 받고 싶으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대답은 비슷했다. 연봉 1억쯤은 나이를 조금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고 믿는 것이다.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않은 나이에, 시간과 연차가 곧 보상으로 이어질 거라 여기는 태도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사회 초년생들에게 하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

“연봉보다 취업이 먼저죠.” “일단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목표가,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훨씬 더 낮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바뀐다.


학생 시절에도 그랬다. 고1 때는 반 친구들의 절반이 “서울대 갈 거야”라는 꿈을 말했다. 고2가 되면 인서울 정도면 괜찮다고 한다.

고3이 되면 등록금이 저렴하거나 취업 잘 되는 학과를 찾는다.

목표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눈이 현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현실적인 기준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조정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결국 이렇게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닐까.




타협은 성숙이다.

열여덟 살의 내가 보지 못한 걸, 서른의 나는 안다.

세상은 시험 점수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회사도 연봉 숫자만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이상만 좇다가는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타협은 나를 살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타협은 포기다. 꿈은 점점 줄어들고, 계산은 점점 늘어난다.

“좋아하는 일보다 먹고사는 일이 먼저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스스로를 보며,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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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삶을 보더라도 그렇다.

스무 살에 막연히 그리던 연봉 1억은 서른이 되면 워라밸이라는 단어에 밀리고, 마흔이 되면 “잘리지 않고 버티는 게 제일이지”라는 말로 바뀐다. 처음엔 성공을 좇다가 점점 안정으로 기울어지는 흐름. 이게 성숙인지, 아니면 점점 작아지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묘하다.

현실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동시에 현실에 더 많이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스스로를 보며 자주 생각한다. 분명 더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오히려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도전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진다.

안정은 필요하지만 안정만으로는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채워주지 못한다. 타협 속에 살면서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판을 흔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대부분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끝내 꿈을 놓지 않은 소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똑같이 꿈을 붙잡고 달리다 끝내 실패해, 우리 기억 속에조차 남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꿈을 놓지 않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는 결국 타협하며 살아간다.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두고, 안정과 계산 속에서 하루를 버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도 계속 살아내는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타협은 나를 살게 하고, 그 속에서 남은 작은 갈증이 나를 흔들며 버티게 한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끝내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꿈을 안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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