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일 듯 말 듯

4. 생활을 안전하게 하는 - 절약 (1) 모일 듯 말 듯

by 삶속의마음




(1) 모일 듯 말 듯




첫 직장 생활의 급여는 국민은행 통장으로 들어왔고, 회사건물 1층에는 다른 은행이 있었다. 2-3만 원씩 자주 출금을 했고 그때마다 수수료 500원이 함께 빠져나갔다. 내 인생에서 은행 ATM기에 가장 많은 수수료를 지불한 때이다. 왜 그랬을까? 1층에 있는 은행 계좌를 트던지, 급여통장이 있는 국민은행에서 출금을 하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20만 원가량 한꺼번에 찾아놔도 됐을 텐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작은 돈 나가는데 무심해서인지, 비싼 물건을 사지 않아도 돈이 모이질 않았다.


월급을 받아서 정장을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는 당황했다. 매장을 나와 정장이 비싼지 내 월급이 적은 지를 가늠해 보다 우울해져서 울었다. 취업하면 쇼핑할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했다. 계획을 세운 지출과 저축이 아니라 월급을 받으면 그냥 통장에 돈을 두었다 가 필요할 때마다 ATM기에서 출금해서 썼다. 내가 얼마를 모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지냈다. 막연히 1년 동안 천만 원은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800만 원 부근에서 잘 늘지 않았다. ‘저축 후 소비’도 아니고, 계획적으로 적금을 들지도 않았으니 당연했다. 천만 원이 될 것 같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며 묶어 놓지 않은 돈은 이런저런 일로 쉽게 나가버렸다.


처음 월급을 받으면서부터 돈을 모으기에 계획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우리 집엔 돈이 없다.’고 들으며 자랐지만, 어떻게 살림이 꾸리고 돈을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했다. 월급을 타서 내 돈이 생겼을 때도 막연했다. 적은 수입이라도 인생의 흐름을 생각해서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해서 쓰고 미래를 대비해 모으는 경제생활을 해낼 때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다. 나는 독립이 좀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