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바라> 리뷰
일상이 감시와 통제로 둘러싸인 폭력적인 공간이 된다면 상상 이상으로 끔찍할 것이다. 영화의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통일 전의 독일을 그렸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 감시받는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가 행사하는 공권력이 어떠한 폭력을 밀고 들어오는지 잔잔하지만 명확하게 표현한다. 언제든 필요 이상으로 찾아오는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성에 갇혀 있는 바바라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바바라는 출국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로 시골 병원으로 좌천당하고 동시에 잠깐의 외출에도 집 안 곳곳과 몸을 수색당하게 된다. 그런 일상에 놓여 집 앞의 소리, 자동차 소리, 벨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바바라는 삶을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살아내고 있었고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희망은 서독의 연인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것 외에는 신경 쓸 겨를도, 쓸 필요도 없었다. 바바라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안드레에게도 인색했다. 환자에게만큼은 따뜻함을 놓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는 두었던 그에게 소녀 스텔라가 다가오게 된다. 항상 거리를 두었던 따뜻함에 가까워지면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고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역사 3부작(바바라-피닉스-트랜짓)이라고 불리는 영화 중 하나로 분단 상태 독일의 모습을 드러낸 영화다.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통제하여 스스로 고립되어 버린 개인을 보여주지만 여러 따뜻함이 그를 감싸 안아 다시 따뜻함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다만 그가 한 선택이 옮겨간 사랑이라기 보단 따뜻함을 선사한 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내내 흐르는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와 미묘한 감정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뜨겁게 다가온다. 폭발적인 감정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표현한다. 폭력적인 장면이 없음에도 폭력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