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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10. 2022

불현듯 찾아온 거짓말,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영화 <프란츠> 리뷰


삶의 활력과 색채를 모두 가져가 버린 흑백의 어느 날, 전쟁은 끝이 났지만 무언가를 잃은 모습으로 세상은 멈췄다. 넓은 의미의 승리와 좁은 의미의 패배가 나라와는 상관없이 개인에게는 무언가를 잃는 것으로 다가왔다. 가족을 잃는 것보다 더 깊은 상실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도 잠시 몰아치는 현실은 안나를 괴롭게 한다. 멈춘 삶과 잃은 의욕 앞에 살아가려는 욕망은 그저 흑백 속의 흑백 일뿐, 누군가를 잊기 위해 누군가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꽃과 함께 다가온 어떤 남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미워하던 마음은 아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뀌어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죄책감이라는 이름은 분노로 바뀌기도 하지만 변화라는 용기로 다가온다. 서로를 향해 총을 들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향해 사과를 건네고 용서를 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옮겨가는 사랑과 이 색채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 계속되는 삶을 위한, 그리고 고통을 피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은 비록 거짓이지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쥐어준다.  그래서 안나는 아드리앵의 거짓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이 만든 죽음도 충분해"



불신으로 시작했던 관계가 사랑 그리고 이별까지 나아가며 더 슬픔이 가중된다. 색으로 채워질 수 없는 사랑을 마음에 남기고 나아갈 준비를 한다. 완전히 떠나보낼 수는 없지만 형태만 달라진 채, 사랑은 그렇게 옮겨간다. 옮겨간 사랑은 멈춘 시간을 넘어 자신의 마음에 색을 채우고 죽음 앞에서 삶을 완성해간다. 실체 없는 허구, 허무함에 맞선 무언가를 봄으로서 흑백 같은 세상이 색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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