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Oct 04. 2022

누구를 위한 잔혹함인가.

영화 <늑대사냥> 리뷰


나름 잔인한 영화를 잘 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진짜 아니었다. 써는 것도 모자라 도려내고 찢어내서 짓이기는 행위를 반복하는 장면들의 연속이 보는 내내 괴롭게 만들었다. 재미가 없어도 영화 신작 리뷰는 꼭 쓰려고 하는 편인데도 나에게 그런 의지를 앗아갔다. 청소년 불가의 범죄물이 고어물로 넘어가기까지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늑대 사냥에 대한 리뷰를 해본다.



영화는 필리핀에서 부산항으로 향할 프론티어 타이탄이라는 배에서 시작된다.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범죄자들과 그들을 맡을 베테랑 형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긴장감과 더불어 불안함이 스친다. 그렇게 모두가 배에 타게 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형사들이 범죄자들을 수갑으로 채워둔 상태로 절대적인 우위에 놓여있다. 하지만 언제부터 계획된 일인지 종두를 중심으로 하나 둘 씩, 배의 구석구석을 점령해가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간다. 다른 이들의 일말의 가능성도 끊기 위해 달려간 곳에 있는 존재로 인해, 전반부의 이야기는 말끔하게 사라지며 한올의 희망도 찾을 수 없다.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이 배에서 그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짜 피를 2.5톤가량을 썼다고 들었는데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많은 노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무엇을 위한 잔혹함인지, 누구를 위한 잔혹함인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포 그 자체의 공간으로 변화해가며 또 다른 움직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빼곡하게 트라우마를 새길뿐이다. 잔인함을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영화다. 남자판 마녀를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어떤 것도 맺어지지 않은 이야기가 속편까지 바란다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 아닌가. 날 것을 탐하기엔 너무 상해버린 혐오 사냥이다.  누군가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계를 정할 수 없는 한계에 가로막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