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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23. 2022

아픔의 반만이라도 괴로웠으면.

영화 <자마> 리뷰

작년에 개봉했지만 이제야 보게 된 영화, 자마.


이름과 포스터 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이 영화는 스페인 식민지 남미의 한 벽지에 있는 치안판사 자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스페인 국왕의 전근 발령을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몇 년째 그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 초반부터 나오는 말들이 그의 운명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의 무기력함과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였다. 긴 상영시간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색을 주는 영화의 여운이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오로지 자마에 대한 이야기라서 약간의 따분함으로 불호로 치우쳤다. 주인공을 조금 더 괴로운 방향으로 끌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조금 가학적일지도 모르겠다.




문명과 야만 사이, 그것을 가르는 것이 누구의 기준인지.


18세기 스페인의 식민지배하에 있는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자마는 치안판사로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해내지만,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인해 육체와 정신이 점점 피폐해져 가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정중 하려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그를 얽매면서 하얀 피부가 붉은색으로 물든다. 욕망과 야망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 그는 자신의 욕구를 끝끝내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오만함이 자신이 묶여 있음에도, 손이 사라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하나의 이름에 많은 이들의 자유를 침해하며 문명을 미지의 세계에 불어넣은 그들이 야만이라고 부르는 그 말들은 침략한 그들에게 더 어울리지 않나.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서 미지의 세계를 문명의 세계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침투한다는 기괴함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야만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야만이 낯선 것에 붙일 수 있는 단어라면 바로 그들일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봐도 영상미를 제외하곤 지루하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떠나고 싶은 이가 말 하나 하지 못해 떠날 수 없다는 게 한심스럽기 그지 없으니까.

자마가 느낀 불확실성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지면서 답답한 상황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그의 투정에 비하면 미지의 세계에 사는 이들의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문명의 이름으로 미지의 세계를 덮는 대가는 너무 작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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