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
존스 레이먼의 The Half Life 원작 소설인 영화 퍼스트 카우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지옥의 격언으로 첫 장을 여는데,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게는 우정." 이 문장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만큼 영화가 끝나고 나서 다시 곱씹어볼 수 있다. 이토록 낯선 곳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난 이들의 짧지만 긴 여정이 시작된다. 서부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말, 카우 보이, 거친 모습들이 생각나지만 이 영화는 어딘가 좀 다른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낯선 단어에서 오는 생생한 낯섦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 '퍼스트 카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다소 좁은 화면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배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평온함으로 뒤덮인 곳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때의 흔적이 현재에 의해 조금씩 형체를 드러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킹 루에게 옷과 술을 비롯한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쿠키와 킹 루는 시간이 지나 어느 마을에서 만나고 킹 루는 쿠키에게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술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은 진지하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들은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
그들의 세운 목표는 어느새 명확한 구상으로 이루어져 빵을 만들어 팔게 된다. 쿠키가 만든 빵은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설 만큼 굉장한 인기를 누리게 되어 팩터 대령도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지면서 그들이 몰래 행했던 일들도 조금씩 불안해진다. 바로 이 마을의 최초이자 유일한 젖소에게서 몰래 짠 우유로 만든 것도 모자라 팩터 대령의 암소였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이들은 끊임없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지만 이 이야기의 화자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고 반문하듯 자연을 제외하곤 누구도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며 어떠한 결말을 쥐어준다. 그것이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명확하지는 않다.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비주류인 데다가 소외된 두 사람이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몸을 이끌고 우정을 유지하리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다시 만나 그 자리에 계속 머문다. 그런 두 사람이 조우하는 순간은 참 짧고도 길었다. 앞과 뒤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이 영화도 그러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할 수 조차 없이 낯선 것들과 정착할 수 없을 만큼이나 머물 수 없는 마음들이 마주하여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게는 우정이 귀결되게 한다. 처음에는 오해했고 두 번째는 진지했으며 세 번째는 들킬 위기에 처하면서도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 그 우정이 참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