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리뷰
항상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야코는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과 다리를 잃게 된다. 동정과 혐오의 시선으로 가득한 일상에서 살아간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가득한 공간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하루로 나아가는 기분을 매일, 매일 느끼지만 가장 힘이 되는 시르파와의 통화로 마음이 충만한 하루를 보낸다. 시르파의 통화와 일상대화를 통해 그에게 빛이 거두기 전에는 영화와 가까운 삶을 살아온 흔적이 느껴진다. 인물의 얼굴을 영화의 등장인물에 대입 시켜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는 그에게도 포장지를 뜯지 않은, 좋아하지 않는 영화가 단 한 개 있다. 바로 타이타닉, 그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농담을 나누며 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어느 날, 연인에 대해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해 몇천 킬로 남짓이 되는 거리에 위치하는 시르파의 집으로 가기로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열차표를 예매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에 맞닥뜨리지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야코. 빛이 시작되는 곳으로 나서게 되면서 그의 여정은 시작된다. 그는 무사히 시르파를 만날 수 있을까?
낯선 이들에게 약간의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꼈지만, 기차까지 무사히 타게 되었다. 비장애인이었다면 겪지 않았을 무례함을 겪는 다소 힘든 기차여행이었지만 시르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무방비하게 노출된 기는 범죄의 표적이 된다.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기의 외면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에게 먹잇감이 되고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닿지 않는 곳으로 끌려간다.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 기는 낯선 이들에 의해서 협박을 당하게 되지만 겨우 그 상황을 벗어나 다시 도움을 받게 되고 마침내 사랑해 마지 않는 시르파를 만나게 된다. 그는 좋아하지 않지만 시르파는 좋아하는 그 영화를 건네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내미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싫어하는 것을 들고 먼 여정을 보내는 순수한 마음이 그 후의 상황보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을 준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나아갈 힘을 체험적 시선으로 영화를 탐닉하게 한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라는 영화는 주변 인물을 보여주지 않고 기에 초점을 맞춰 주변 인물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여 더욱 몰입감을 준다. 오늘과 내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연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기의 시선을 통해 철저한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놓인 아슬한 상황을 내내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타인이 행하는 것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만큼 체험적인 시선이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더 파더'처럼 느껴지는 연출이 인상적으로 느껴져서 그런지 이런 결의 영화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을 펼친다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복지가 그래도 잘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선진국의 장애인 복지도 약간의 아쉬움을 보이는데, 대한민국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