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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25. 2022

마음 한 켠에 항상 살아 숨 쉬고 있을 나의 할아버지.

영화 <아마겟돈 타임> 리뷰


자유와 혼돈이 공존하던 그 시절을 조명하는 영화 '아마겟돈 타임'은 자유로움을 원하는 소년이 다소 무모하지만 자신이 살고 싶었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어 다양한 군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모순을 담고 있는 불편한 감정들까지도 솔직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인 줄 알았더니 인생이라는 선물로 가득한 이 영화는 이름처럼 웅장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따뜻함이 흐르는 인생이 지속된 상실을 깨끗이 씻어준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남은 적막은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맴돌며 자신을 이끌게 했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 종일 머금고 싶은 영화다.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얽혀 혼란을 불러왔던 1980년의 어느 날, 소년 폴의 모습을 보여준다. 폴은 종종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에 빠지곤 한다. 그 모습이 어른들에게는 좋게 비칠 리가 없었고 잇따른 통제는 미성숙한 일탈로 이어져 자신이 누리고 있던 자유까지도 잃게 된다. 성공이라는 예술과 내면의 본질이 충돌하며 방황이 이어지고 그 곁을 지키는 할아버지 '애런'은 적막과 함께 찾아온 사랑이라는 따뜻함이다. 내면의 본질을 또렷하게 만들어주고 비정한 현실 앞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따뜻함으로 자신의 꿈을 더욱 굳건하게 빚어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키고 싶은 세상을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어른들의 선택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오기를 불러일으켜 무모한 용기로 번진다. 그에 따라 편견과 애써 싸우려는 노력은 비정한 세상 앞에서 물거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세상 앞에 놓인 부당함을 외면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폴은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졌던 세상이 얼마나 좁고 얕았는지를 알게 된다. 선택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그 선택의 책임이 특권을 가지지 않은 누군가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반복되는 차별은 곳곳에 피어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인종, 집안, 학력으로 구성된 다양한 편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자신과의 길과는 다르길 바라는 마음에 의해 차별을 습득한다. 그 과정에 이루어지는 훈육으로 가장된 체벌은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훈육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했듯 그 순간의 두려움을 일으켜 행동을 멈출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폭력적인 부모님의 순간보다 따뜻한 할아버지의 순간이 폴에게 깊게 스며들었다는 것을 폴의 방 안에 맴도는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널 보는 게 선물이야




인생은 불공평함을 끊임없이 깨닫는 여정이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함의 결과를 깨닫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달라지지 않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과정은 매우 아프고 내면을 찢는 듯한 느낌까지 선사한다.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올바른 길을 위해 세상과 싸워보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욱이 한 사람의 움직임과 생각은 이 사회에 미미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욱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넓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참고할만한 해설과 앞서 나간 사람들의 발자취는 무수하다. 과거에 갇혀 현재를 외면하느냐, 미래를 설계해나가느냐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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