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노이즈> 리뷰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소음은 다른 차원에서 펼쳐지는 두려움과 연관되기도 한다. 죽음과는 동떨어진 거대한 구름 위에서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믿게 되는 것이다. 무의미한 말들이라고 할지라도 폭력성을 담지 않은 악의 없는 즐거움은 반복되는 지루함을 이겨내기엔 충분한 것들이었다.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은 세상에 갑작스레 찾아온 재앙은 그 순간들을 일시 정지시키지만 그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금방 '망각'하게 되는 지금의 우리를 조명한다. 재앙은 우리로 인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 후의 상황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인생의 백색소음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
눈앞에서 보이는 거대한 재앙보다 내면의 재앙이 더 커 보이는 이유는 뭘까.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또 다른 차원의 두려움에 갇히게 만들어 언젠가 찾아올 심연의 크기에 잠식되어 막연한 두려움 앞에서는 한없이 불안해하면서도 마땅히 느껴야 할 공포 앞에서는 무감각함을 느낀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눈앞에 보이는 재앙보다 더 무서운 까닭이다. 그렇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내면은 들여다볼 새도 없이 과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쏟아지는 정보의 힘은 어떤 것이 사실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강력해서 현실감 없이 우리를 압도한다. 그래서인지 더욱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 생각하다 보면 영화가 훌쩍 지나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화이트 노이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의 소음을 모아 그럼에도 살아가는 희망을 담았다. 어떤 영화는 재미보다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을 때 훨씬 큰 매력을 찾게 되기도 한다. 메시지의 명확함과는 달리 지루함이 강했던 이 영화는 <결혼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노아 바움백의 이 '화이트 노이즈'는 1985년에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2월 7일 개봉, 12월 30일 넷플릭스 스트리밍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