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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Dec 10. 2022

당신이 맛보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

영화 <더 메뉴> 리뷰


자연에 곁들인 음식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이곳에 초대된 이 사람들. 과연 어떤 메뉴와 맛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힘들게 찾아오는 걸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이곳의 <더 메뉴>는 잔혹할 정도로 치밀하고 불편할 정도로 완전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공간에 막 들어온 당신에게도 건네진 이 메뉴를 맛 볼 시간이다.


 

한정된 인원만이 참여하여 식사를 할 수 있는 호손 레스토랑은 1인당 1250달러 (약 170만 원)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12명의 손님들은 단 하나뿐인 코스요리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이다. 그렇게 비싼 금액을 지불해서인지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며 먹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이 가격을 주고 먹겠느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요리가 나오면 나올수록 굳어지는 셰프의 표정과 손님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 직원의 표정이 왠지 모를 스산함과 긴장감을 더한다. 다음 요리에 담겨있는 이야기에는 과연 어떤 것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은 각기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치 신화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특별하게 보이지만 누군가가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었다. 누구도 모르지만 자기 자신은 분명히 알고 있는 압박감에 셰프의 방식을 순응하는 반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은 채, 불만을 바로 표현하는 이질적인 존재를 마주하며 이들의 완벽한 계획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다소 잔혹한 메뉴의 구성이 반복되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각 요리에 담겨있는 스토리가 앉아있는 모두를 향하며 내는 쿵 하는 소리가 왠지 모를 긴장감까지 맴돌게 만들며 한순간 공포스러움을 그대로 표출해낸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순수하게 문화를 즐기기를 바라는 창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과시적인 문화 소비와 유명인에 대한 맹신으로 뒤덮인 현재를 비춘다. 그렇게 추악함이 드러나도 예술이라는 포장지에 감춰두면 그저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침묵하는 현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평가에 지쳐버려 의욕을 잃은 창작가의 모습을 드러내며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그렇게 내내 의욕을 잃었던 셰프가 유일하게 눈에 강한 열기를 담아 요리를 했던 음식은 정말 단순한 치즈버거였다. 그렇게 겉치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요리의 메뉴로 포함된 그들의 눈빛이 기대감에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모두를 만족시킬 요리는 없다.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완벽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허영을 탐미하고 또 그를 평가한다. 끊임없는 평가의 굴레에 갇힌 우리는 무엇을 위해 평가를 하고 있는 걸까.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는 매 순간 중점으로 두어야 할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해석과 평가에 집중하지 않고 영화 그 자체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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