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 시사회 리뷰
실제 복싱선수 박시헌 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카운트'는 2월 22일 개봉한다.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주인공과 닮아있는 진선규 배우의 첫 주연작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개봉 하루 전, 참여하게 된 시사회를 통해 감상한 이 영화는 타의에 의해 온마음으로 사랑했던 것을 한순간에 내려놓아야 했던 한 사람이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 벚꽃이 휘날리듯 아름답게 펼쳐지는 청춘과 성장의 이야기는 단 몇 초의 카운트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미들급 경기에서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그로 인해 판정시비에 휘말려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은퇴한 후에도 국내외로 끊임없이 비난을 받아야 했던 시헌은 자신의 꿈을 감춘 채,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반강제적으로 참석하게 된 대회에서 뛰어난 복싱 실력을 가졌으나 외압의 승부 조작으로 인해 기권패를 당하는 윤우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를 계기로 '복싱부'를 구성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싱 초보 제자들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며 자신이 그동안 내려놓았던 꿈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과연 시헌은 마음속 깊이 묻어두어 차마 꺼내들 수 없었던 금메달을 목에 다시 걸 수 있을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부조리로 인해 진정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모습은 10년이 지난 1998년에도 지속되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는 편파판정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전에 그에 맞서는 시헌의 모습이 보인다. 그저 우연한 계기에 불과했던 일들은 커다란 목표가 되어 하나의 마음이 된다. 복싱에서 10초의 카운트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조금 부족한 복싱부에게는 물론이고 꿈을 내려놓으며 절망을 겪어야 했던 시헌에게도 기회가 된다. 수많은 절망이 찾아올지라도 벚꽃처럼 휘날리는 희망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였다. 끝없는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의 불씨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망의 크기는 더욱 거대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희망이 커질수록 그동안 맞서지 못했던 절망과 마주하게 된다. 홀로 견뎌야 했던 비난의 목소리와 따가운 시선은 희망을 품으려 할 때마다 주저앉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복싱부는 시헌에 의해, 시헌은 복싱부에 의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시간에 갇혀있었던 두려운 마음은 굳건한 믿음으로 변한다. 절망 속에서 만난 두 사람의 희망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되는 순간이다.
명쾌한 한방의 부족함.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주제의식을 답습하여 익숙한 장면과 메시지를 보여준다.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쾌한 한방이 부족하다. 어디서 본듯한 익숙함이 평범한 이야기를 더욱 평범하게 만든다. 무해하고 평탄한 길을 나아가는 영화의 전개는 실제로 겪은 그 고난과 역경을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영화에서만큼은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러한 단조로운 구성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는 마음은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