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길복순> 리뷰
제7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공식 초정작이었던 영화 <길복순>이 3월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인 길복순에게 닥쳐온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시작이 펼쳐지는 영화 길복순 리뷰를 시작한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벤트 회사에 다니는 길복순은 사실, 청부살인을 도맡아 하는 유능한 킬러다. 성공률 100%의 전설적인 킬러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에서는 밝힐 수 없는 한 아이의 엄마이다. 뭐든 잘 해내는 그녀는 항상 누군가의 표정을 보면 수가 읽고 다음 행동을 했는데, 딸 재영은 도통 읽을 수 없었다. 그만큼 딸 재영은 너무 어려웠다. 관계 회복과 회사와의 재계약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던 복순은 마침내 결심하게 된다. 과연 복순은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고 관계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대표가 제안한 작업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사실에 의한 진실은 그녀가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회사가 허가한 일을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라는 규칙을 어기게 된 그녀는 킬러들의 타깃이 된다.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던 조직에 발을 묶였고 업계의 킬러들과 피 터지는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킬러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간다. 마치 회사원의 회사생활을 다루듯이 킬러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다. 폭력의 향연을 펼치는 킬러들 사이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어기면 업계에서 퇴출당한다. 그래서인지 킬러들이 규칙 안에서 살인 청부를 해나가고 그 모습이 '직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체가 위법인 행위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규칙을 통제한다면 그 공정함이 유지될 수 있을까. 결국 그 공정함이 무너지고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 불공정함을 이용하여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영화 전체에 깔려있는 모순과 맞닿는 모습이다. 영화의 모든 것이 모순적이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길복순이야말로 모순의 극치다. 사람을 키우는 '일'과 죽이는 '직업'을 동시에 하는 직업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폭력성으로 이 자리에 오른 모습이 참으로 모순적이지 않은가.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전도연 배우의 연기를 중심으로 펼쳐가는 영화는 화려함으로 그득하다. 하지만 영화 특성상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 빠르게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뭔가 2%로 부족한 이야기를 채워주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길복순이 싱글맘이라는 설정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다. 고독한 여성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일부러 사용한 싱글맘 킬러의 이야기를 활용하려 한다면 조금 더 다루거나 흥미롭게 다루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영화의 특성상 빠르게 소모되는 캐릭터와 뭔가 빠진듯한 이야기가 그러한 단점을 더욱 부각한다.
기대한만큼 실망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