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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18. 2023

상사와 영원한 이별을 위하여.

영화 <렌필드> 시사회 후기


드라큘라의 비서? 아니 하인, 렌필드. 그는 드라큘라를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며 온갖 심부름을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어 괴롭지만 상사 없는 세상을 꿈꾸곤 한다. 현실보다 더 열악하고 끔찍한 상황에 놓인 렌필드가 상사와 영원한 이별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영화 <렌필드>가 4월 19일 개봉 예정이다. 액션이 주를 이루는 만큼 정신없이 펼쳐지고 피가 난무하지만 동시에 너무 잔인하지 않고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불멸의 존재는 영원히 살 수 있지만 영원히 죽지 않는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악덕 상사를 만나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오직 '드라큘라'를 위해 몸 바쳐 일해야 하는 렌필드는 처음을 후회한다. 그에게 홀려 그의 하인을 자처했지만 이렇게 힘들고 잘못된 일을 오직 '드라큘라'를 위해서 평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놓치게 되면서 영원한 퇴근도 심신의 안정도 꿈꿀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지만 한 사람과의 만남이 그로 하여금 '헤어질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종신 계약으로 묶인 렌필드가 이젠 직장상사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고 그를 절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 드라큘라와 대결을 시작한다.



렌필드는 '관계 중독 치료 모임'에 나가지만 큰 삶의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한 건 경찰 레베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오랜 시간 동안 통제된 자신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바꿔나간다. 드라큘라는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것뿐만 아니라 렌필드에게 있어서 에너지를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 였다. '동반의존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인다. 그 대상이 사라지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일 이겠지만 새로움의 시작을 자신으로부터 채워나간다.


*에너지 뱀파이어: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빨아먹고 함께 있으면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사람.
*동반의존: 자신을 필요로 하는 타인에게서 정서적 욕구와 존재가치를 느껴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증상.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건, 사람은 혼자서 생각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는 행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지속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렌필드의 모습에서 더욱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내용 자체는 피가 난무한 잔혹 킬링 액션이지만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묵직한 영화이다. '나'로 시작하는 존재에 대한 명확함과 정신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혹시 나보다 타인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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