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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20. 2023

마주치는 눈빛과 피하지 않는 시선.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리뷰


그 당시 나라가 챙겨주지 않아도 살아가야 하는 개인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고민조차도 사치였던 그때 그 시절을 비추며 1990년대 캐나다의 풍경과 인종차별, 문화적 차이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전 세계 영화제 비평가협회 23관왕을 비롯하여 주목을 받은 앤서니 심 감독의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 됐었다. 엄마와 아들의 잔잔하지만 또 먹먹한 시간이 담긴 영화 <라이스 보이 슬립스>는 4월 19일 개봉했다. 오래된, 잊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FleKy3Si8



소영의 시선.

부모도 남편도 시가도 없었던 소영은 나라에도 거부를 당해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자신과 동현을 위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했기에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여 멀고 낯선 캐나다로 이민을 오게 된다. 타향살이를 하게 된 그녀가 홀로 동현을 키우고 조금씩 적응하며 살아간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많은 것을 선택했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 이 수많은 불공평함을 소중한 아들에게도 모두 보여주어 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냉담한 시선에도 당당하고 올곧게 나아가는 소영은 동현에게 그런 당당함을 전해주고 싶다. 앞만 바라보고 살았던 이에게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가 몰아지고 그 끝에서 동현과 눈이 마주친다.



동현의 시선.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백인 사회에 합류하게 된 동현은 마냥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애써 적응해 보려 하나 아이들은 그를 끼워주지 않는다. 놀이터에서도 외톨이어야 했던 동현은 엄마가 했던 말을 기억하며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차별을 한 아이들에 대한 처벌이 아닌 동현이 정학을 당한다. 엄마가 따져주고 위로해 줬지만 그가 경험한 수많은 차별은 마음을 깊숙하게 찌른다. 그렇게 친구 사이에 끼기 위해서 마약에 손을 대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자 머리를 탈색하고 파란색 렌즈를 끼우는 등 '백인'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던 동현은 엄마와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마주하는 시선.

문득 마주하게 된 서로의 이야기는 참 짙고 깊은 향을 남겼다. 낯선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서 본연의 향을 숨겨야 했고 상처 입어야 했던 우리의 모습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마주 보게 되는 이유는 죽음에 의해서였다. 죽음으로 인해 흐릿해진 현재를 뒤로 하고 멈추자 명확해진다. 자신의 과거이자 전부였던 한국을 떠올리며 이어 붙여도 깨어지지 않는 시선의 조각들을 끼워 맞추기 시작한다.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동현과 차마 알려주지 못했던 소영은 한국에 오면서 점점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 비록 그동안 꿈꿨던 오픈카는 아니었지만 조금 느린 경운기에서 마주하는 햇살은 그 자체로 좋았다.



그토록 따뜻한 시선.

누군가의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영화를 더욱 인상 깊게 한다. 그래서일까. 너무나도 당연했던 무시를 견뎌야 했던 그 마음도, 그동안 쌓아두었던 감정을 한국에 와서 제대로 쏟아내는 그 말이 들리지 않음에도 왜 이리 잘 들리는지. 현실감 없는 대비가 곳곳에 퍼지기 시작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토록 따뜻한 시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어도 마음을 놓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모자에게 이어지는 따뜻한 시선은 두 사람이 편안해질수록 그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마침내 닿은 사람의 시선과 눈빛은 그 자리에 남아 ‘다음’이라는 희망의 햇살을 쨍쨍하게 비춘다.


영화 총평.

 여러 번 봐도 좋고 곱씹어 보면 더 좋았다. 그만큼 여운이 참 짙은 영화다.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더욱 현실감 있게 잘 표현된 것 같다.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인데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자세가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나'를 찾아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중심이자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다.



여담


이민자 가족에 대한 부분이 영화 '미나리'를 생각나게 하지만 다른 결을 띄고 있어 제2의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이야기가 다루어줘서 참 좋았다. 인종차별도 이민자에 대한 혐오도 여전히 존재하다는 것을 애써 감추지 않는 거니까.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처음 봤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나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dxyz의 두 여자 시리즈 최승윤 배우였다.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꽤 재미있는 시리즈이니 이번 기회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b47648Bu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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