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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26. 2023

나를 괴롭힌 가해자,  나를 사랑한 연쇄 살인마.

영화 <피기> 리뷰


 나를 괴롭히던 친구들이 납치당하는 것을 보게 된 한 소녀가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동명의 단편 영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카틀로타 페레다 감독의 영화 <피기>는 15세 관람가로 4월 26일 개봉한다. 폭력의 장과 그를 해결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누군가의 선택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당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납치를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https://youtu.be/bMtNOPonFAY



사건의 발단.

정육점 집의 딸인 사라는 살이 쪘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고 '피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불링을 당하고 있는 그녀의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사라를 타박하기만 한다. 그렇게 집 밖을 나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려 하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가자 어디서 봤는지 몰려와 그녀를 괴롭히고 옷과 소집품을 가지고 도망치는 악랄한 행위를 저지른다. 사라는 그들로 인해 수영복 차림으로 치욕스럽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가는 길에 수영장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를 다시 보게 됨과 동시에 자신을 지독하게도 괴롭혔던 가해자가 납치된 것을 목격한다.


언제부터인가 복의 상징이었던 '돼지'가 타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언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돼지는 실제로 비만인 동물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가해자들이 언어폭력을 사용할 때, 사라를 '피기'로 부른다. 그 말은 그녀로 하여금 '피기'라는 말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진정한 시작

수영장에서 마주쳤던 남자는 사라를 보고 지나치다가 잠시 멈춰 선다. 그 남자는 담요를 두고 떠나고 사라는 남자가 챙겨준 담요를 걸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었기에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에 몸을 떨지만 그녀들의 만행은 도저히 신고할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반면, 풀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인해 마을이 북적이고 딸아이의 일에는 관심도 없었던 사라의 엄마는 사건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며 현장에 가보자고 한다. 사라를 데려가면서 풀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만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펼쳐지는 불편한 상황에서 사라는 이대로 사건을 묻을지, 신고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원작과의 차이

영화 <피기>는 원작 단편에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만들어졌다.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새로운 이야기이다. 단편 영화에서 추가된 내용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주를 이루었고 사건의 발단과 사라의 침묵은 그렇게 얽혀 파찰음을 일으킨다. 그래서인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피해자의 양심을 비추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커다란 복수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녀가 당했던 폭력에 비해 상당히 허무한 결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고의 복수는 최선의 용서인 걸까. 강렬한 무언가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뭔가 풀어내려 했지만 온전한 복수도, 만족할만한 구제도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아쉽다. 영화 속의 가시가 입을 타고 들어와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통증만이 남아있다.



↓ 동명의 단편 영화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Hgh2ajaz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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