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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01. 2023

모두의 일이지만 각자의 일이 되어버린 현재의 평행선.

영화 <드림팰리스> 리뷰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나와 타인을 개별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우리가 되어도 힘든 현실 앞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복잡하고 미묘해서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잘 드러낸 영화 <드림팰리스>는 5월 31일 개봉했다. 제20회 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선영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삶과 직결된 문제에서 '갑'은 빠진 '을들의 전쟁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내 삶과 거리가 멀지 않은 집 한 채에 울고 웃는 현시대의 어두운 면모를 묵직하게 풀어내는 영화의 시선이 참으로 뜨거웠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

혜정은 산업 재해로 남편을 잃었지만 진실을 밝히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고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악성 미분양 아파트였으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현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건설사는 미미한 반응이었고 '집 값'에 열을 올리는 주민들에겐 중요하지 않았으며 등을 돌리고 나온 곳과 계속해서 엮이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했던 혜정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까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하지만 그러던 중 수인과 의도치 않게 마주치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오래 했던 만큼 더 잘알 수 있는 당신의 이야기.

오랜 시간 진실규명을 위해 싸워왔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이 상황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긴 투쟁에 지친 수인은 다른 유족들을 외면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어렵게 합의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혜정의 권유로 드림팰리스를 할인 분양받게 되지만 기존 입주자들이 바리케이드로 할인 분양을 받은 세대가 이사오지 못하게 바리케이드로 입구를 막는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맞서는 또 다른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더욱 악화된다. 남을 생각할 수 없는 이 각박함은 그저 마음의 짐을 지울 뿐이었다.



나의 일이 아니면 남의 일.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함께 해야 하는 인간사의 모순을 견뎌내는 혜정은 끊임없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누군가가 그 믿음에 반문하여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행동은 누군가에겐 배신자가 되고 누군가에겐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지켜야 할 것도,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았던 혜정이 한 행동이 그저 본인이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자신이 우선이었던 선택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길로 이끈다. 애매하게 따뜻하고 멈춤 없이 끓었던 내면에 끊임없이 맴돌았을 죄책감을 비롯한 감정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감정은 자신이 견뎌야 할 하나의 과정이 된다. 비록 고립된다 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영화는 굵직한 두 사건을 통해 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다뤄낸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현실적인 부분이 도드라진다. 또한 영화는 대체적으로 전개에 따른 연출보다는 배우의 감정선에 중심을 맞춰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그래서인지 누가 맞고 틀린 판단이 아니라 싸워야 할 대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과잉된 감정을 바라보게 된다. 이 감정이 응어리들이 흘러넘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또 어떤 무수한 생채기가 생기는지를 포착한다. 조금 따갑지만 그래도 살아갈 우리네 인생에서 그래도 이 녹물 같은 인생의 끝에는 꿀 같은 달콤함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어떤 결말을 지을 것인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생채기 난 마음에 위로가 되길 바랐던 감독님의 연출의도가 잘 전달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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