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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15. 2023

당신은 몰랐겠지만 이미 일어나고 있었던 변화의 움직임.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리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어떠한 노력도 지금의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준다면 도전할 수 있을까. 두려움 앞에 놓여 내면의 변화를 마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소개하려 한다. 위 영화는 일본 프랑스 합작 영화로 16mm 필름으로 제작되어 2023년 6월 14일에 개봉하였다. 또한 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 <지지 마!>가 원작인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제7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이 영화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그리고 제96회 키네마 준보 베스트 10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팬데믹 시대를 반영하여 더욱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https://youtu.be/0 HKKOjv7 b3 s



무서워서 앞으로 뛰어드는 움직임.

선천적 청각장애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프로 복서 케이코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녀는 누군가가 복싱에 대해서 물어보면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말하지만 시합을 준비하는 노력과 투지는 복싱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코 숨길 수 없는 열정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과 고민들이 케이코의 내면에 점점 쌓여가며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케이코를 마구 흔든다. 또한 그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상황과 시간은 들리지 않는 것보다 심각했으며 도저히 자신이 손쓸 수 없을 만큼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다. 몇 번의 고민 끝에 결심하는 케이코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눈에 띄지 않는 변화의 형태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리한 상황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길을 나아간다. 또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입모양이 마스크에 가려져 그녀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하다. 도시의 소음과 케이코의 소음은 정반대에 놓여있어 어려움을 겪었고 혐오의 말도 위로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매정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주변으로 인해 점차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며 주변을 따뜻함으로 채워가기 시작한다. 현재의 지금은 알아채지 못할 새로운 변화가 힘들 때는 숨어있더니 케이코의 결심으로 샘솟는다. 지는 것이 두려웠던 케이코가 처음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위축되었던 소음에서 눈을 떼고 감정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을 가로막았던 고민을 헤쳐나가 자신에게 닿지 않았던 적막과 마주하며 성장한다.

 


당신이 나의 눈을 들여다봤다면 이젠 내가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 차례.

케이코는 좁지만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툴지만 솔직한 모습이 성실함과 결합하여 더욱 빛을 낸다. 아름다운 몸짓이 성과를 내어 걱정하는 시선이 생기는 반면, 응원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며 보이지만 들리지 않는 적막 안에 갇히고 만다. 그런 상황을 알아챈 회장님이 닫혀있는 마음을 조금씩 허물어간다. 늘 받아왔던 걱정과 배려를 그녀도 베풀기 시작하며 단절된 것 같았던 관계를 연결된 관계를 이어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점차 섞여 들어간다. 그녀의 다음은 어떻게 또 시작될지 기대가 된다.



따뜻하고 재미있고 잔잔한 맛.

스포츠 영화이지만 드라마에 치중하여 독특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새롭다. 너무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이야기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조금 다르다. 영화가 전개되며 곳곳에 흘러넘쳤던 감정들을 모두 주어 담아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 관객들이 동화될 수 있도록 영화의 장면에 그대로 담아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케이코가 있었던 공간을 담아내며 더 이상 그녀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느낌을 준다. 작은 영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키시이 유키노 배우의 연기이다. 케이코 역의 키시이 유키노 배우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 매일 7시간씩 운동을 하고 청각장애인연맹에서 정식으로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녀가 영화 내내 말없이 표정으로 드러내는 모습은 마치 케이코를 실제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소한 재미와 묵직한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꼭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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