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리뷰
2023년 6월 14일 개봉한 영화 <엘리멘탈>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최초 공개되기도 했다. 영화 <굿 다이노>를 연출했던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뜨겁지만 적당한 온도의 끌림을 잘 표현해 낸다. 그리고 본편이 시작되기 전, 단편 <칼의 데이트>가 상영되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인트로가 나온다. 그동안 과도하게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면서도 모순적인 디즈니의 행태에 한동안 디즈니의 작품을 보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직 디즈니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참 좋았다.
예고편
엘리멘트 시티.
영화의 오프닝부터 주토피아를 떠올리게 하는 엘리멘트 시티의 세상을 화려하게 비춘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펼치기 위해 나섰지만 '불'이 살아가기엔 적합하지 않은 도시였다. 물, 공기, 흙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에서 쫓기듯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처음부터 완성되지 않았던 탓에 모든 것을 자신으로 손으로 꾸려와 다른 불들이 조금씩 모여 파이어 타운을 조성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꾸려온 파이어 플레이스를 잇기 위해 엠버는 어린 시절부터 노력하지만 불같은 성미를 조절하지 못하고 손님 응대에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하지만 노력 끝에 아버지의 신뢰를 얻어 처음으로 자신이 맡아 운영하게 된 엠버는 몰려드는 손님과 진상 손님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다가 파이프를 타고 들어온 물 웨이드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오며 어쩌면 원인 제공자였던 웨이드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웨이드와 함께 나서면서 자신이 알았던 세계와는 조금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엠버는 파이어 타운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랑의 힘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고 닿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두 사람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서로에게 스며든다. 무지에서 오는 무례함과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토록 낯설었지만 이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배우고 선입견을 지워간다.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알려주는 사랑의 힘은 어떤 힘든 일이 찾아와도 이겨내게끔 만들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굉장한 사명감으로 아버지의 일을 도왔던 엠버가 마침내 자신의 일을 찾은 것처럼 전혀 달랐던 물과 불은 서로를 구원한다.
예상가는 결말, 재미있는 과정.
영화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흥미로운 요소들 덕분에 반감이 들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전개를 가진 영화 <주토피아>가 재미있었던 것처럼 ‘픽사다움’을 뽐낸다. 조금 다른 건 ‘악역’이 나오지 않아 조금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영화를 아쉽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잘한 갈등 요소와 이어지지 않는 영화 자체의 주제의식이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에 팽배한 차별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했다는 것과 그들이 겪어왔던 차별에 정면 돌파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동안 디즈니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배척의 시각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려 하는 시선이 돋보이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동양인에 대한 서구의 환상을 조금씩 깨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