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밖은 겨울> 리뷰
오랜 기간 동안 간직해 온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력한 지난 세월을 포기할 각오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용기가 있어야 포기할 수 있다. 어떤 계절이 찾아와도 아직 이른 어떤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창밖은 겨울>을 소개한다. 겨울과 참 잘 어울리는 영화이지만 유독 쌀쌀한 날에는 미지근하게 느껴질 것도 같다. 우연한 것에서 마주한 끝과 시작은 다소 느리지만 무덤덤하게 나아가는 영화의 발걸음을 문득 따라가보고 싶었다. 한선화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깊어 다시 생각날 것 같다.
하루의 시작에서 발견한 우리.
영화 감독을 그만두고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 일을 하는 석우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한 삶 속에서 우연히 고장 난 mp3를 줍게 되고 유실물 보관소에 맡기게 된다. 티켓 판매 업무와 유실물 보관소 관리 업무 담당인 영애는 호의를 베풀어 주인이 찾아올때까지 보관해주기로 한다. 그리고 영애는 분명히 누군가가 버렸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석우는 누군가가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의견이 갈린 두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이 되찾으러 올 때까지 보관을 하고, 덩달아 고장 난 mp3를 수리하러 나서게 된다. 두 사람의 동행은 지난 시간 동안 미뤄왔던 상실을 마주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바로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탁구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석우는 영애에게 탁구 시합에 나가자고 제안하며 짧은 기간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간다. 과연 두 사람은 과거를 잘 봉합하고 현재로 나아갈 수 있을까.
버리고 싶은데 잃어버린 척하는 게 아닐까요?
극복은 나의 것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석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생각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갇히게 된다. 아마 이별의 상징으로 느껴졌던 mp3가 버려진 모습을 보며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오는 집착이었던 것 같다. 영애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갇혀있던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들로 인해 극복하지 못했다. 그의 한계는 잘 마무리할수도 없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탓에 지난 과거를 덜어낼 수 있었다. 극복은 나의 것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극복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빠르지 않고 질질 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동시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생각의 변화도 상당히 늦게 찾아오는 점이 현실적이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부분이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계를 보이던 석우가 자연스럽게 영애에게 피해를 주며 자신도 영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무너짐을 느끼는 장면에서 좌절했다. 한 사람의 좌절에 의해 다른 한 사람에게는 그저 현실로 자리 잡아 나아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같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저 우석이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쓰인 것 같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서사를 돋보이기엔 상당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어떤 계절이 찾아와도 아직 이른 창밖의 겨울은 여전히 그 곳에 남아있다. 조금씩 바뀔 계절을 그래도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