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리뷰
<신세계>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는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로 6월 21일 개봉했다. 정해진 주인공의 변곡점을 표현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귀공자'가 중심인 듯하면서도 '마르코'의 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혹하고 처절한 그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박훈정 감독이 표현해 내는 영화 캐릭터성은 이번 영화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김선호 배우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김선호의 귀공자는 강렬하다. 의문점이 많은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참고로 마녀 유니버스의 귀공자와는 관련이 없다.
살기 위한 투쟁.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불법 경기장을 드나들며 돈을 버는 복싱선수 마르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무책임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아버지를 찾는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던 터라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보낸 변호사가 찾아와 마르코에게 바로 한국으로 갈 것을 권한다. 친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동시에 자신을 쫓는 이들의 형체를 마주하며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갈길 없는 질주.
단 한순간도 편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마르코는 진실을 들어도 편하지 않았다. 필리핀, 한국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호감 가는 말끔한 얼굴과는 다르게 광기 어린 집착으로 지독하게 따라오는 한 남자. 명확하게 소개를 하지 않는 그 남자는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왠지 모르게 허술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도, 이유도 알 수 없는 그는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마르코의 뒤를 하염없이 쫓아간다. 보호를 해주려는 건지, 공격하려는 건지 모를 만큼 복잡하다. 후반부를 달려갈수록 그의 광기는 치솟으며 목적지 모를 질주의 마지막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세계의 영광은 어디에.
액션 누아르를 예상했다면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물론 박훈정 감독만의 액션은 매력적이지만 평면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매력을 반감시킨다. 정신없이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전개 속에서 다소 아쉬운 액션과 코미디(?)스러운 상황이 더욱 그렇게 만든다. 그 와중에 사회적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가 벌어지지만 캐릭터 설정으로 소비하는데 그쳐 부족함이 돋보인다.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의 혼혈인 이들에게 가해지는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에는 성공하나 차별을 드러내기 위한 차별의 언어가 반복적으로 표현되어 다소 찌푸리게 만든다. 그렇게 의문이 드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서 '마르코'라는 캐릭터가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지만 촌스러운 연출과 오글거리고 허세 가득한 대사들은 참아줄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영화는 정말 심했다. 예전의 <신세계>는 사라지고 <낙원의 밤>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