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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05. 2023

같은 하늘 아래 솟아있는 태양과 날아오른 백조의 완전함

영화 <미드나잇 스완> 리뷰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스완>은 제44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의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영화 제작과 동시에 집필한 소설이라 감정 묘사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세밀하게 표현되어 더욱 인상 깊다. 처음부터 엇갈렸던 이들의 관계를 풀어나가며 서로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영화로 주연 배우인 쿠사나기 츠요시 (초난강)의 열연이 돋보인다.



도쿄의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고 있는 나기사는 완전한 여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저 여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그가 선택한 길은 멀고도 험한 여정의 반복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부작용과 세상의 편견은 오로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이 된다. 그렇게 여자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기사는 엄마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조카 이치카를 맡게 된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 소녀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터라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같이 살아가기로 한다. 자신의 일상에 방해만 된다고 생각했던 이치카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된 이치카는 표정도, 감정도, 생각도 잃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삼촌이지만 여자인 나기사에게 맡겨져 뜻하지 않은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그렇게 발레를 만나게 되어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친구이자 최고의 경쟁자였던 린과의 만남은 새로운 삶의 시작과도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기사 몰래 발레를 배우려는 노력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며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일을 기점으로 조금 더 가까워진 두 사람에게서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단어가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본격적으로 발레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위해 꿈을 펼치고 있는 이치카와 마음속에 감춰두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열망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나기사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키워간다. 자신의 인생을 버려서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이 백조의 날개를 펼쳐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현실은 또 악몽을 가져다주며 서로를 이어주던 무언가를 가져가 버린다. 전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는 절망은 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지옥을 데려온다. 엄마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과 엄마라는 이름이 중요했던 그 마음은 상당한 차이를 불러왔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이름이나 혈연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기사의 모습을 통해 드러낸다. 모든 삶의 막을 알리듯, 새벽이 되면 현실로 돌아갔던 과거처럼 이제는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게 되는 곳으로 완전한 백조가 되어 날아간다.



소설에 비해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편집된 부분들이 그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준다. 그래서 원작을 읽지 않으면 내용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현실의 냉혹함이 잔뜩 드러나는 부분은 더욱 잔혹하게, 아름다운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서 더욱 아프게 여겨진 것 같다. 그래서 꼭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소설 감상을 추천한다. 영화에서 생략된 섬세한 감정선뿐만 아니라 사건들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린과 이치카의 발레신이 잘 표현돼서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소설에 생각했던 이미지와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일치하는 순간을 마주하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 되었다. 여름이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좋았다.



*짧은 쿠키영상이 있으니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좀 기다리는 것이 좋다.



https://mindirrle.tistory.com/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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