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로> 리뷰
홍용호 감독은 단편 영화 <배심원들>을 연출했고 <증인>, <침묵>을 각색한 경험으로 이제는 장편 영화를 선보인다. 장편 영화 데뷔작 <폭로>로 2023 벵갈루루 국제영화제, 2022 인도국제영화제, 2022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제20회 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스토리 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였다. 현직 변호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해 법정 스릴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치밀함과 몰입감을 기대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범죄 스릴러 영화 <폭로>가 9월 20일 개봉했다.
코와 입이 강력접착제로 막혀 잔혹하게 살해된 남성.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여자는 바로 그의 와이프인 성윤아였다. 결정적인 증거가 된 다이어리와 남편 앞의 보험, 그리고 성윤아의 자백으로 인해 사실상 성윤아가 범인이라는 것이 확실시되는 듯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재판을 시작하면서 국선변호사 이정민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성윤아를 설득하며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거침없이 옮겨간다. 그리고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며 이상한 점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성윤아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과연 정민은 제삼자의 정체와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의뢰인의 무혐의 입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범을 찾으려는 노력은 누구에게는 지나친 열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의 형태를 오로지 자신의 방법으로 그려가듯 사건의 실체를 쫓는다. 그렇게 계속해서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던 그는 무언가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어느 날, 침묵을 선택한 성윤아를 대신하듯 정민의 앞으로 HAVANA라는 사람에게 우편이 오기 시작한다.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혼란을 잠재울 증거가 들어 있었던 것. 어쩌면 그 HAVANA가 이 사건의 진실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진실도 마찬가지라고.
결백과 자신의 삶.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기 위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삶의 일부를 보여주는 장면은 특히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수치심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만큼 엄청난 크기로 번져 있었다는 것을 표현한다. 진실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진실은 사실보다 힘이 강해서 무고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폭로라는 폭력적인 형태의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일부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했다. 어느새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사람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진실까지도 사실로 밝혀져야 하는 걸까. 과연 이 무고한 결백의 끝에는 이 사실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폭로합니다.
영화 <폭로>는 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색하게 흘러가는 사건의 전개라던지 얼기설기 붙은 과거회상과 현재의 연결고리의 이음새가 벌어져 있어서 그 틈새로 지루함이 훼방을 놓는다. 전체적인 개연성에 지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 더욱 부각되는 면이 있다. 또한, 소재의 독특함이 영화에서는 전혀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는 부분이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짜임새가 부족하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무엇보다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에 많은 부분이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 <폭로>가 이야기 전개와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