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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02. 2023

'스물'의 커플이 '30일'의 부부로 돌아오다.

영화 <30일> 시사회 리뷰


스물의 경재 & 소민 커플이 30일로 다시 재회했다. 분명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그때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부부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강하늘 배우와 정소민 배우의 더 케미가 돋보인다. 코미디에 진심이지만 사랑도 몇 스푼 들어간 영화 <30일>은 10월 3일 개봉 예정이다. 전혀 달라서 더 끈질기고 지질한 광기의 사랑과 전쟁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자.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살벌하고 위험천만한 결혼 생활을 참지 못했던 그들은 이혼을 결심한다. 아무리 과거를 회상해 보아도 좋은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여겨진다. 영화 같은 사랑을 꿈꿨고 쟁취했지만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남아 서로를 끔찍하게 증오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랑하는 말과 눈빛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욕과 불필요한 언쟁만이 서로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분노를 표출하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지속하다 이 관계를 끊게 된 것 같다. 격이 없다 못해 배려가 사라진 이 관계의 한계인 걸까.



이혼 법정에 들어선 두 사람은 마침내 완벽한 '남남'이 되기 위해 서로를 향해 비난을 한다. 서로에게 있어서 결혼 생활은 숨 막힌 혈투와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고난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당신과 함께 했던 이 모든 순간이 후회로 물든 것처럼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사람이다. 미련 없을 관계의 끝맺음을 매듭짓고도 후련하지 않은 건 남은 30일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금방 지나갈 것처럼 느껴졌던 그 시간이 어떤 계기로 인해 한없이 짧아지며 그들의 30일이 달라지게 된다.



사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인생의 형태를 그린다. 사랑과 더불어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관계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과 다름없다. 정체된 마음의 형태는 무의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면 지금과는 다를 수 있을까. 영화는 기억도 감정도 사라진 정열과 나라의 모습으로 또 다른 이야기 전개를 열어간다. 처음 만났지만 그때와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겹치며 앞으로의 30일을 더 알 수 없게 됐다.



초반에 강렬하게 펼쳐지는 분노의 결혼 생활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양혜승의 <화려한 싱글> 라는 노래를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결혼은 미친 짓이야~ 하지만 후반의 설렘 가득한 30일은 ‘결혼’을 또 꿈꾸게 만든다. 사랑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인생을 표현하는 영화의 힘은 이토록 강력한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클리셰의 모양새를 모두 피해 가며 웃음을 유도한다. 코미디에 진심인만큼 예상보다 더 재미있었고 가족들과 보기에도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매력이 물씬 피어나서 더욱 영화가 빛났다.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묵직한 메시지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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