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리에이터> 시사회 리뷰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 냈지만 어느샌가부터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존재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인공지능과의 공생은 불가능한 걸까. AI와의 전쟁을 그린 영화 <크리에이터>는 10월 3일 개봉했다. 다양한 SF 영화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주제를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에서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AI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핵폭발을 일으켜 대량 살상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AI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AI 로봇 제거 작전을 실시하며 협조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여전히 AI 개발을 멈추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AI 로봇이 공존하고 있는 아시아가 전쟁의 본거지가 된다. 반면,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는 아내를 찾기 위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인류의 작전에 합류하게 된다. 인류를 위협할 강력한 무기와 이를 창조한 창조자를 찾아 나서게 되며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영화는 인공지능의 인간다움이라는 주제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지만 나는 조금 더 깊게 인공지능의 인간다움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 영화에서는 인공 지능은 그저 껐다 켤 수 있는, 생명이 없는 존재에 불과한 것처럼 그려진다. 그래서인지 생명을 끊는 일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인간다움'의 결여는 인공지능보다 더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공지능을 응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버려져 인공지능이 인간을 돌보는 이 상황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게 느껴졌다. 인간의 비인간적인 면모는 그들은 공존하기 위해 대립을 선택했고 인간과 함께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인공지능과 대비된다.
AI와의 공존을 선택한 아시아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며 '침략'의 근거로 전쟁을 시작한다. 그들의 말처럼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한 기계라면 책임 또한 그것을 조종하는 인간에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모순 가득한 이중성은 치가 떨릴 정도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저 인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또다시 AI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소수의 삶을 위해서 다수의 희생을 반복하는 태도는 과거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서양과 동양의 전쟁처럼 다뤄지는 영화 전체의 전개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그 이유는 오리엔탈리즘 때문이었다. 물론 가상의 공간의 '뉴 아시아'라고 설정은 했지만 네팔어의 나르마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언어는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는 기묘함은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과연 감독이 생각하는 아시아의 모습은 어떻길래 이런 아시아의 모습을 담아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