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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04. 2023

내가 잡은 줄 알았건만 거미줄에 갇힌 건 나였다.

영화 <거미집> 리뷰


검열로 통제된 1970년대의 한국 영화 제작기를 다뤄 더욱 실감 나게 담아낸 영화 <거미집>이 9월 27일 개봉했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어떤 예술의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영화는 그 지점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마음이 어떤 형태로 갖춰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애정과 욕망으로 점철된 광기의 어딘가를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영화에 대한 모든 생각을 쏟아낸다.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환멸과 애정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꿈도 예술도 통제되던 시절, 영화에 대한 열망을 피워가는 김감독이다. 항상 자신의 스승이었던 신감독의 그림자에 갇혀 살아갔다. 곧 걸작이 될 작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수정하기로 결심한다. 데뷔작 이후 특별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세트장, 배우, 카메라, 스탭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다시 구성하고 큰 우여곡절을 겪지만 재촬영을 밀어붙인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 조금씩 영화를 만들어간다. 김감독은 무사히 자신이 바라던 영화를 찍어낼 수 있을까.



영화란 무엇인가.

감독의 의지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던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게 된다면 영화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를 통해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데, 김감독의 말과 영화로 드러낸다. 영화는 판단하기는 쉽지만 제작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막상 자신이 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작사의 눈치도 봐야 하고 대중의 시선도 신경을 써야 하는 영화의 모든 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서 나오는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끝내 자신을 덮치고 만다. 그만큼 좋아하는 건 싫어질 수 있고 또다시 좋아하게 만드는 이중성을 안고 있다. 영화에 대한 환멸을 표현하면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평가의 대상이 되어 나의 작품이 호평을 받기도 하고 혹평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짜낸 거미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갇혀 잡아먹히는 순간을 매번 겪어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의 생각을 잘 담아내야 하는 과정을 거쳐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고난과 역경은 거치고 나서도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

<거미집>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영화다. 그만큼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말들을 가득 담아내어 현실과 마주하는 영화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1970년대의 영화 산업은 억압과 검열의 시대였다. 그래서 영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제한적이고 일률적인 이야기 전개를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양산하여 자연스럽게 대중과 점점 멀어지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침체된 197년대의 한국 영화의 분위기 속에서도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이 있다. 바로 <하녀> <화녀> <충녀>와 같은 작품을 연출한 김기영 감독이다. 그때 당시 파격적인 영화의 설정을 통해서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영화광들에게 큰 영향을 준 감독이다.




한국 영화의 전개.

1970년대의 암울한 한국 영화 산업을 지나 2023년의 한국의 영화는 어떤 위치에 놓여 있을까.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 현재의 한국 영화는 그때와는 다르게 또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때는 억압에 의한 전개였지만 이제는 상업성에 치중한 전개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특별하게 여겨진다. 영화 촬영이 전개되는 세트장과 촬영장 밖의 상황이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액자식 구성이 뚜렷한 영화 <거미집>은 두 가지 갈래를 통해 전달된다. 영화를 제작하는 이야기와 영화 속의 이야기. 단순하지 않은 두 가지의 이야기는 복합적으로 얽혀 하나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전체적인 구성과는 다르게 당시 한국 영화계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훨씬 많이 담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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