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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12. 2023

비주얼은 화사하지만 전개는 결코 화사하지 않다.

영화 <화사한 그녀> 시사회 리뷰


3년 만에 돌아온 엄정화 주연의 코미디 영화  <화사한 여자>가 10월 12일 개봉했다. 화사한 기술을 통해 작전을 수행하는 작전꾼인 지혜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며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말로 앞세운 <화사한 그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생 역전의 한방을 꿈꾸는 화사한 작전꾼 지혜는 평생을 사기꾼으로 살아왔다. 자신의 범죄로 인해 매번 숨어 다니기 일쑤였고 어느새 작전을 같이 수행하는 딸이 자신의 뒤를 이으려고 하는 모습에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지혜는 깔끔히 손을 털기 위해 600억짜리 큰 판을 계획한다. 600억을 손에 넣기 위해 완규에게 접근하는 그녀는 까다로운 그의 이상형에 완벽하게 맞춰 여자친구가 되는 데 성공하게 한다. 점차 가까워지는 황금의 기운을 느낀 지혜는 완규와의 관계 진전에 박차를 가한다. 과연 그녀는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그녀는 화려한 비주얼만큼이나 화려한 언변을 통해 사기를 친다. 제목과는 다르게 그녀의 범죄는 얼룩덜룩하게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상대방의 진심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 달성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 정당성을 위해 상대방이 '친일파'라는 설정을 빼놓지 않는다. 전혀 느끼지 못할 것 같았던 그녀의 죄책감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동한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눈물을 유도하려 했지만 실패한다. 차근히 쌓아 올렸어야 할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미약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배우의 연기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2023년도에도 이런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10년 전에나 통할 만한 유머 코드가 또 쓰일 거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다.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긴 상영 시간만큼이나 지루한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의 나열은 따분하다. 짜임새 있는 연출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전개까지 생략할 줄은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더더기가 가득하고 진지하다기엔 장난스러워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산만하다. 한참 전의 시간에 머물러버린 영화를 보러 가기엔 돈도, 시간도 너무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코미디 영화인데 헛웃음만 짓다가 무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오게 된 건 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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