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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06. 2023

타인의 보통이 나에게도 완전한 보통이 될수는 없다.

영화 <보통의 카스미> 리뷰


다마다 신야 감독의 영화 <보통의 카스미>가 2023년 7월 19일 개봉했다. <드라이브 마이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미우라 토코 배우의 신작으로 연애보다 혼자가 좋은 카스미역을 맡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보통이라는 의미를 되물어보게 되는 영화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르지만 분명히 우리와 같은 모습인 보통의 카스미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통해 보통, 사랑, 그리고 당신의 의미를 찾아보자.



인생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야.

30대에 접어든 카스미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단어와 가까워지지만 그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1인분의 삶을 살아가기만 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카스미의 주변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결혼을 압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애써 결혼 상대를 찾아주려 노력한다. 그렇게 카스미 몰래 맞선 자리를 마련했고 카스미를 속여 남자를 만나게 한다. 불편한 침묵이 흐르다 형식적인 질문이 오갔고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남자는 바로, 전에 들렀던 라멘가게 사장으로 연애에 관심 없다는 말에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만남을 이어가지만 그것은 오로지 카스미의 생각이었던 것인지 그는 갑작스레 사랑 고백을 건넨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밝히며 거절을 하게 된 카스미는 친구를 잃게 된다. 그렇게 다시 고독해진 카스미는 바닷가에 홀로 앉아 저 멀리 무언가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동창생인 마호를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도, 지금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미호를 보며 조금씩 용기를 낸다. 그렇게 카스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보통을 마주하게 된다.



어디엔가 존재할 우리의 보통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공부-취업-결혼-육아로 이어지는 일정한 생애주기가 정해져 있다. 보통 사람의 기준에서는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그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보통의 삶인 척,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도 했고 자신이 바라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 양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사랑의 형태는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불편함을 항상 자신이 감수해야 했으며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에게 얻은 용기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자신의 보통을 넓혀간다. 단지 보통의 기준과 멀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존재를 증명한다는 일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용기를 주는 일이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모든 사람들이 이 다양한 세상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다. 비록  작은 발걸음을 뗐지만 그런 용기를 내며 동시에 보통의 우리로 묶인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겪으며 보통의 자신을 만들어간다.



보통이라는 기준.

보통이라는 건 누가 규정한 기준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구성원이 되고 구성원이 하나의 사회를 구축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내면서 사회가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인 기준이 아닌 사람의 성향과 같은 기준 또한 일률적으로 규정되며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짓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통해 차별과 혐오의 움직임이 이어졌고 누군가는 대항했으며 많은 것이 변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받아들여진 건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은 여전히 구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삶이 보통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서 그것을 강요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영화 속 보통을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무례하다. 멀고 가까운 사이를 떠나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생각을 통해 말을 꺼냈고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가 보통이 아닌 이유를 보통으로 규정된 사회에서 찾는 모순이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보통의 자신으로 자신을 맞춰가는 일

기존의 보통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일들과는 멀어지는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낯설고 이상하기만 했다. 관심 없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너무 지나친 관심으로 불편하게 만든다. 이해의 영역이 아닌 강요의 영역으로 보통의 기준을 들이밀면서 말이다. 그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상황에서 만난 친구는 보통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자신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게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보통을 조금씩 꺼내며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을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때론, 그 문제를 회피하기도 했다. 그런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카스미는 보통의 자신을 조금씩 꺼내 보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때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때가 있다는 것을 카스미는 알게 된다. 세상의 기준은 견고했고 사람들은 잘못된 가치관이라고 했지만 카스미는 그저 카스미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카스미는 정작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해받지 못할 말들을 저도 모르게 숨기게 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보통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이 사라져도 마음이 다녀간 흔적은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스미는 마호의 결혼식에서 마지막이자 자신을 위한 시작을 울릴 연주를 시작한다. 이 아름다운 연주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인 첼로를 통해 들린다. 그녀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지만 주변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첼로에 미련을 버리는 용기를 낸다. 그래서인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카스미의 다음이 기대된다. 끝까지 자기 자신을 지켰던 카스미를 응원하고 싶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있고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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