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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10. 2023

누가 괴인인가.

영화 <괴인> 리뷰


의심하는 순간 눈이 떼지지 않는 현실감이 짙게 느껴지는 영화 <괴인>은 11월 8일 개봉했다.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이정홍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정한 주제나 형식으로 요약하기 어렵지만 그 형식에 얽히지 않아 더욱 자유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말 그대로 종잡을 수 없는 영화다. 관계에 집중하는 이야기로 깊은 여운을 담기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이 인상 깊다. 제목의 괴인이라는 단어처럼 영화 속의 인물이 괴인인 걸까? 영화의 줄거리, 정보, 예고편 모두 보지 않고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기홍은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목수이다.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려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 정환의 제안에 늦은 밤 학원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차 지붕을 찌그러뜨린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일에 집중하면서 왠지 모르게 더 예민해진 기홍은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사히 사건을 해결하여 불안정하기만 자신의 삶에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차를 찌그러뜨린 범인을 찾은 것 같다.



큰 반전 없는 반전.

기홍의 모습은 넘나들며 왠지 모르게 무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보통의 사람이다. 때론 선량하기도 하고 때론 무례하기도 한 그런 사람. 기홍의 모습뿐만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을 나누고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감일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이상한 만남과 그에 따라 예측하기 힘든 영화 전개의 모습은 오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상당히 긴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끝나지 않는 것 같은 영화는 또 처음이었다. 반전이 있을 것 같으면서 반전이 없고 예상대로 흘러갈 것 같으면서도 예상을 빗겨나간다. 이러한 모습을 잘 드러낸 배우들이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 배우라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운 영화.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만 영화는 큰 반전 없이 전개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설명하기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 끝을 알려주지 않고 움켜쥘 기회도 주지 않는 영화가 주는 여운이 꽤 깊어서일까. 일상 속의 어긋난 관계를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가 아닌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의 인물이나 영화를 관람하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지 않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정말 무결할 수 없는 사람의 모습과 삑사리가 나도 영화는 그 모습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자신이기 때문에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반전이 있을 것 같지만 별다른 사건이 진행되지 않고 그 사건의 진행 중에 걸리는 점은 편견뿐이라는 것이다. 인물에 대해서 판단하는 건 오직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뿐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에게 부재했던 솔직함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듯 영화는 말도 없이 그 자리에 인물들과 이야기 그리고 관객을 두고 떠난다. 말을 다시 걸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붙잡고 싶어 진다. 어쩌면 기홍은 범인을 잡으면서 삶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열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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